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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록의 힘, 성재일기- 원은희(시인·성재일기간행위원회 회장)

  • 기사입력 : 2023-11-01 19: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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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록은 기억을 연장시키고 보존할 수 있다. 시공간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 조상의 역사를 어찌 알 수 있으며 지구상의 다양한 사건 사고 등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며칠 전 ‘경행재 역사문화 토크콘서트’가 진전면 오서리의 경행재에서 열렸다. 개막식 행사의 한 꼭지에 ‘성재일기’ 영인본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성재일기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넘어서기까지 국가의 명운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성재 권오봉 선생이 쓴 25년간의 육필일기이다.일기에는 날짜에 따라 날씨, 이동경로, 교통편, 사건과 상황 사회풍경 등을 담고 있다. 안희제, 이극로, 남형우, 신익희 등 독립운동가와 유력인사 등과의 관계와 행적은 물론 직접 쓴 한시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행초서체의 한문을 읽어내기 위해 번역 및 역주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많은 시간과 경비 등이 소요되는 부담감을 뒤로하고 우선 복사본으로 묶게 된 것은 일상의 발자국과 생각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 기록의 힘 때문이다.

    한동안 유실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확보한 성재일기가 이제 그 기록의 힘을 발휘할 때다. 학자를 비롯, 관심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개인사뿐 아니라 지역사, 나아가 독립운동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성재 권오봉(1879~1959) 선생은 진전면 오서리 출신으로 1910년 일제강점기에 사립경행학교를 설립하여 학생들에게 배일사상과 민족혼을 심어준 교육자로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였다. 진전면장 재직시에는 삼진만세운동의 부상자 치료비 모금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며, 안희제의 백산상회 대주주로 참여하는 등 독립자금 조달에 전 재산을 헌납한 독립운동가이다.

    성재일기는 격동의 시기를 처절하게 건너온 경험의 기록물이다. 이 기록물의 실체를 밝혀 권오봉 선생의 삶과 활동은 물론 성재일기의 위상과 가치가 자리매김되고 조명될 수 있는 노력들이 잇따랐으면 한다. 과거의 기억이 시공간을 넘어 미래를 열어가는 날까지.

    원은희(시인성재일기간행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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