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을 앞두고 여야가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한 복잡한 셈법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음과 동시에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국회는 급기야 정치 실종의 상태에까지 직면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단식 돌입 24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의료진의 강력 권고에 따른 것이지만, 사흘 뒤인 26일 자신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잡혀 있는 데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따른 당의 혼돈 상황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가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분간 국회 운영은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지도부가 사퇴한 민주당이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지만, 곧장 여야 협상에 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을 위한 25일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이날로 공식 종료하는 만큼, 사법부 수장 공백은 현실화됐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로, 여야가 협상을 통해 10월에 본회의 일정을 추가로 잡지 않으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최소한 한 달이 넘어갈 수 있다.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법, 보호출산제 도입법 등 주요 입법과 민생 법안 처리가 줄줄이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신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역시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재획정 논의도 장기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내년 총선 판세를 놓고 여야는 제각각의 복잡한 정치 함수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국민의힘은 당장 그동안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방탄에 주력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장 이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나 민주당 세력의 결집을 경계해야 하고 그간 집중적으로 이어온 방탄·사법리스크 등 대야 공세도 불가능해 진다.

민주당은 대혼돈이 불가피하다. 당장 ‘정치 수사’ 프레임이 퇴색되며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여기에 제1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현 지도 체제를 둘러싼 극심한 내분이 더해지면서 자칫 분당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무리한 수사를 여권이 밀어붙였다는 ‘역풍’과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끝나는 건 아니기에 ‘이재명 때리기’ 공세를 이어가면 총선 국면에서 오히려 호재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까지 ‘정권 심판론’으로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력 발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고 극한으로 치달은 계파 대립을 총선까지 얼마나 봉합할 수 있을지도 난제로 남게 된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6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24일 오후 후보마감까지 3선 중진인 김민석·남인순·홍익표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세 사람은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