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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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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

만화방서 ‘떠돌이 까치’ 보던 소년, 웹 문학 ‘스토리 가치’를 보다

  • 기사입력 : 2023-05-31 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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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동아리 활동하던 강릉 소년
    2014년 웹콘텐츠 창업… 업계 톱10
    2020년 서울 본사 경남으로 이전

    피플앤스토리 작품 IP만 1000여개
    국내외 플랫폼에 웹툰·웹소설 서비스
    최근 드라마 계약·뮤지컬화도 추진


    ‘좋아하던 판타지 소설책을 읽다가 잠들었는데, 깨어났더니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녀가 됐다?’

    순수문학만 접해온 이들이 보자면 언뜻 유치하고 허무맹랑한 스토리로 보이지만, 이는 웹콘텐츠 문학(웹툰, 웹소설)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비주류’였던 웹콘텐츠 문학이 어느새 ‘주류’의 영역으로 올라왔다. 웹콘텐츠 플랫폼 중 하나인 ‘네이버 웹툰’만 해도 해외를 포함한 월간 이용자 수가 72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또한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이 산업이 경남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김남철(54)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피플앤스토리’에서다. 피플앤스토리는 웹툰, 웹소설을 제작·유통하고 보유한 IP(지식재산)를 확장시키는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현재 국내 26개 플랫폼과 해외 15개국 27개 플랫폼에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고 있다. 본사는 김해에 위치한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두고 있다. 회사 로비에는 피플앤스토리의 간판작들의 표지가 커다랗게 진열돼있다.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가 경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 내 진열된 피플앤스토리의 대표 작품 표지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가 경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 내 진열된 피플앤스토리의 대표 작품 표지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떠돌이 까치’ 보던 소년이 회사를 이끌기까지= 검고 두꺼운 송충이 눈썹, 더벅머리에 멋스러운 청재킷을 걸친 야구소년. 이현세 작가가 그린 만화 ‘떠돌이 까치’의 주인공 ‘설까치’는 그 시절 소년들의 영웅이었다. 쿰쿰하면서 달큰한 냄새가 나는 종이책을 넘기며 가슴 설레하던 ‘그 시절 소년들’ 중에 김 대표도 있었다.

    “그때는 만화책방에서 한 권에 30원을 주면 볼 수 있었는데, 참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이현세 작가가 그린 만화를 다 좋아했어요. 떠돌이 까치, 공포의 외인구단….”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하루에 두 번 버스가 오가는 오지 마을에 살았다. 독서가 취미인 공무원 아버지 덕분인지 아버지를 따라 김 대표도 책을 좋아하게 됐다. 초중고 시절에는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시와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의 김 대표는 이미 콘텐츠의 매력을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직장생활 또한 콘텐츠 관련 기업에서 시작하게 됐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이 격동하던 시기였다.

    “카세트로만 듣던 음악을 디지털로 만들고, 종이로만 접하던 교과서가 전자형태로 바뀌고, 오프라인 교육이 e-러닝 형태로 만들어졌죠. 저는 언제나 콘텐츠의 빠른 흐름 속에 있었어요.”

    2014년, 김 대표는 전자출판과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을 바라보며 웹콘텐츠 문학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피플앤스토리의 시작이다. 지금은 웹콘텐츠 기업 중 열 손가락에 꼽히는, 근로자 수 100명 이상의 중견 기업이지만, 창업 3년간은 직원들 급여도 밀려본 적 있는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힘든 시기를 견딘 이후부터는 성장세를 거듭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웹콘텐츠의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수요에 따라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인기작들은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 2차 저작물로 제작됐다. 하나의 스토리가 다양한 분야로 가공되면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 이것이 김 대표가 믿었던 ‘스토리’의 가치였다.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
    김남철 피플앤스토리 대표

    ◇웹콘텐츠 문학이 가진 스토리의 가치= 웹소설과 웹툰 같은 웹콘텐츠 문학은 매주 1회 혹은 2회 연재하는 특성상, 전개가 빠르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다. 카타르시스가 전체 스토리의 결말 부근이 아닌 에피소드마다 나타나게끔 구성하는 형식이 다수다.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대리만족과 더 잦은 희열을 이끌어낸다. 젊은 층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웹툰과 웹소설을 선도하는 여러 키워드가 있다. ‘빙의’(소설 속 캐릭터로 빙의하는 내용), ‘회귀’(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내용), ‘나혼자’(주인공이 우연이나 운을 통해 혼자 특별한 능력을 가지는 내용) 등 거대 히트작과 유사한 콘셉트에 다양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접목한 작품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을 선별하고 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피플앤스토리는 ‘세이렌’, ‘아기 약사 황녀님’, ‘황녀님이 사악하셔’ 등 전체 연령이 볼 수 있는 작품부터, ‘컬렉터’, ‘은의 정원’ 등 19세 이상 볼 수 있는 작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 가능한 작품을 다루고 있다. 김 대표는 웹 콘텐츠 문학에서 ‘좋은 작품’의 기준을 ‘독자들이 찾는 작품’으로 정하고 있다. 매력 있는 스토리일수록 많은 독자가 몰리고 팬덤이 구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은 결국 드라마, 영화, 게임화된 작품에도 몰려온다. 웹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우리는 스토리 속에 살고 있고, 스토리에는 인간 ‘본연의 만족’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고, 이런 스토리는 소설로, 만화로 그려지고, 점차 확장돼 영화나 게임 등으로 영상화되면서 대리만족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피플앤스토리가 가진 작품 IP만 1000여개. 최근에는 여타 작품에 드라마 계약을 맺고 한 개 작품은 뮤지컬화를 추진하고 있다. 7월에는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IP 사업의 가능한 방향은 모두 도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수로왕·허왕후 스토리 웹툰 제작
    김해 율하 카페거리 메타버스 구축 등
    지역 이야기 담아 문화 공간 조성 목표

    하나의 스토리로 또 다른 가치 창출
    지역 기업들과 연계 사업 지속 추진해
    경남 콘텐츠 산업 부흥 토대 만들고파


    ◇경남을 ‘콘텐츠’로 꾸며가고파= 피플앤스토리는 지난 2020년 서울 본사를 경남으로 이전했다. 지역의 문화와 관광지에 기반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웹툰을 제작하고 프랑스의 도시 앙굴렘처럼 웹툰 문화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김 대표는 2021년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스토리를 담은 ‘수로의 비’를 제작해 카카오페이지에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특화형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지원 사업에 선정이 돼 웹툰과 지역이 결합한 ‘툰빌’(Toonvill)을 준비하고 있다. 김해 율하천 카페거리를 메타버스 배경으로 선정하고 웹툰과 웹소설 등장인물도 등장시키는 구상도 진행하고 있다. 진주성, 남해 독일마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김해와 창녕의 가야 문화, 진해, 거제 등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해 지역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웹툰으로 담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는 9월에는 김해 율하천 카페거리에 웹툰마을축제를 시범적으로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제조업 위주인 경남에 콘텐츠 산업이 부흥할 수 있도록 관련 기업과의 연계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남에는 애니메이션, VR, 게임, 영상화 관련 기업들이 있어서 이 기업들과 융합되는 사업을 지속해 추진하고자 합니다. 경남도의 콘텐츠 연관 자산을 통해 회사의 발전은 물론, 경남에 콘텐츠 산업이 부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어요.”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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