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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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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대산미술관에 현대·섬유미술의 향기 폴폴

6월 30일까지 개관 25주년 기념 특별전 2개

  • 기사입력 : 2023-05-29 20: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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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전시는 우리 빵 살 때 비닐 끝을 묶는, 빵 끈 있죠? 그걸로 만든 겁니다. 대단하죠? 저 목장갑들은 작가가 (유학 시절 딸이 손 다칠까 봐 목장갑을 부쳐주셨던 데에서 영감을 받아)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데서 시작한 거예요.”

    이미경 작가, 정경연 작가의 작품을 가리키면서 작가의 프로필을 줄줄 읊는다. 목이 아프다면서도 경남박물관협의회 회장이자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부회장인 김철수 관장은 직접 도슨트를 자처하며 전시를 소개했다.

    정경연 作
    정경연 作

    창원 대산미술관은 개관 25주년 전시이자 낙동강 다원예술제 특별기획전으로 ‘현대미술&섬유미술 55인 특별전’과 ‘함께 만드는 뮤지엄-섬유미술의 향기 10人10色전’을 열고 있다. 특히 ‘섬유미술의 향기’전은 2023 박물관·미술관 주간 행사 가운데 하나로 진행한 것이다. 박물관·미술관 주간 전국에서 전시를 활성화하는 행사들이 열리는 주간이지만 경상도 지역에서는 참여하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대산미술관의 전시는 의미가 크다.

    송번수 作
    송번수 作

    ‘섬유미술의 향기’ 전에는 섬유미술로 이름난 송번수·정경연·김현태·이미경·윤정희·신지혜·정동림·양상훈·김경선·김소현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종이로 가시 돋친 나무 부조를 뜬 송번수 작가, 여러 가지 색실로 밤 풍경을 수놓은 김소현 작가의 태피스트리, 청바지로 작업하는 김경선 작가, 양상훈 작가의 한지로 빚은 동식물, 목장갑에 어머니의 사랑을 녹여낸 정경연 작가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이다. 현대미술&섬유미술 55인 특별전에서는 황원철·박춘성·윤형근·박미옥·김정옥·이근은·김해동 등 도내 작가를 포함한 현대미술 35인, 박성림·최서윤·박수철·김세원·구자홍 등 섬유미술 21인이 참가했다. 김철수 관장은 “역량 있는 많은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며 “낙동강 변 금계국 또한 한창이니 미술관에 많은 발걸음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지역 예술가·지역민 위한 미술관으로 거듭날 것”

    /인터뷰/ 김철수 대산미술관장

    대산미술관 김철수 관장이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열고 있는 '현대미술&섬유미술 55人특별전'과 '섬유미술의 향기 10人10色'전에 걸린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대산미술관 김철수 관장이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열고 있는 '현대미술&섬유미술 55人특별전'과 '섬유미술의 향기 10人10色'전에 걸린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화가였던 형 유언 따라 라면공장 사들여 미술관 개관

    경남 1호 사립미술관… 이제 사회적 약자 돌아볼 것”

    “‘라면 공장에서 뭔 미술이냐?’ 라는 조롱을 딛고 우리는 발전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왔죠.”

    대산미술관은 김철수(사진) 관장이 화가였던 형의 유언에 따라 지은 것이다. 마흔넷 이른 나이로 떠난 형은 ‘예술과 함께, 예술가를 도우며 자신의 몫까지 살아달라’고 당부했고, 김 관장은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 융자를 받으면서까지 폐라면공장을 사들여 1999년 대산미술관을 개관했다. 지금까지 큰 부침을 겪고 있지만 그는 “연습도 없는 우리네 인생에서 미술관을 운영해 문화를 나누는 일은 가치 있다”고 힘줘 말한다. 지금껏 경남 1호 사립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매일 새벽 3~4시께 일어나 자연을 보고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한길만 뚜벅뚜벅 걸어온 덕분이다. 코로나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인근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를 찾는 관광객 덕에 관람객이 조금씩 늘곤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 미술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 했다.

    -대산미술관이 개관한 지 25주년이 지났다. 소감은?

    △정말 쉽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애환이 정말 많고, 하루아침에 된 것이 하나도 없다. 남는 것이 정말 없어 ‘왜 그렇게 돈도 안 되는 걸 하냐’는 말을 듣지만, 저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저마다의 삶의 가치가 다른 것 아니겠나. 교수 월급과 연금을 다 털어가면서도 운영하는 저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도와준 가족들, 주변의 예술가들 덕분에 꿈을 이뤘던 것 같다.

    -그간의 성과는?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가 174번째로 꾸준히 전시를 열어오고 있는 것 자체가 큰 성과지만 특히 올해는 국비 지원을 받게 돼 뜻깊다. 정부에서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위한 모바일 도슨팅 키오스크 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돼 12월쯤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부울경 통틀어 유일하게 대산미술관이 선정돼 25년 만에 제대로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향후 미술관 운영 방향은?

    △이제 25년, 사람으로 치면 청년에 접어들었다. 지역민과 지역 예술가를 위한 미술관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또 한 번 진화할 때다.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장애인 관련 일을 돕고 있었으나 올해 모바일 도슨팅 사업 등도 진행되는 만큼 이제는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술관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딜 생각이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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