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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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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한신협 공동기획- 만나봅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마음이 평안하려면 좋은 것과 나쁜 것 분별하는 마음 버려야”

  • 기사입력 : 2023-05-24 2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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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근심 걱정 있어
    옳고 그름 분별하면 괴로움 못 벗어나

    스스로 주인 되는 ‘수처작주’ 가르침 새겨
    어디서나 불편함이 없는 마음 가져야

    물질에서는 결코 행복 얻을 수 없어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길 찾아야

    템플스테이 연계해 ‘선명상’ 수양법 보급
    마음 다스려 감정 절제하는 법 알릴 것


    “좋은 것이라고 분별하면 싫은 것이 똑같이 생겨난다. 그게 반복되는 게 윤회(輪廻)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장실에서 경남신문 등 전국 9개 지역신문으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만난 진우 스님은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괴로움과 근심 걱정이 있다. 어디에 있든 편안하려면 불편함이 없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사바세계의 마음으로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펴낸 저서 ‘제발, 걱정하지 마라’에서도 호불호에 집착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좋다 싫다는 마음은 내 마음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자의 멱살을 잡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처럼 감정을 순일하게 절제하는 힘을 갖기 위해 생활속 선명상(禪瞑想)을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양보와 배려 실천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매일신문 이무성 객원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양보와 배려 실천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매일신문 이무성 객원기자/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사부대중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몇 년간 지속돼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풀려 다행입니다. 국민께서 정말 애쓰셨어요. 올해 즐겁고 성대하게 부처님오신날을 맞고, 국민 행복을 위해 함께 법회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조금 덜 불편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갈등, 반목, 대립, 충돌로 배려와 양보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인간의 욕심이 한도가 없다보니 대립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폭력과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위조절이 중요합니다. 반목이나 대립, 투쟁 이런 것들이 없으면 좋겠지만, 인간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양보, 배려는 기본입니다.

    -양보와 배려의 실천방안을 제시하신다면.

    △우리나라 불교 역사가 1700년입니다. 호국 불교로 지칭되고 있었지만 사실은 자비 정신이랄까, 상생, 자리이타(自利利他) 등 불교 문화가 배어 있었습니다. ‘보시’라고 해서 서로 나눠주고 양보했습니다. 근래에 들어 불교적인 심성이라던가 민족적인 DNA 속에 불교정신이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불교의 근본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총무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일성한 것이 있습니다. 선명상(禪瞑想)을 보급하려 합니다. 특히 젊은이에게 고민을 줄일 수 있는 마음의 기술, 스스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템플스테이 등을 결합하고 연계해 많은 국민이 이를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그래서 사회적으로 대립, 충돌, 투쟁, 혼란에서 벗어나게 하는 계기를 종단 차원에서 준비중입니다.

    -선명상(禪瞑想)의 수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괴로움과 근심, 걱정은 감정에서 나옵니다. 감정이 편안하면 상대방이 무리한 언행을 해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감정이 복잡하면 조금만 뭐라고 해도 묻지마 폭행, 묻지마 살인까지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그 감정을 순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잡념이나 감정을 배제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어떤 생각을 할지 저절로 나옵니다. 자신이 복잡하기 때문에 지혜로운 생각을 못합니다.

    -사회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곳으로 정치권을 지목합니다. 올바른 정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게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정치인은 일단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욕심도 줄어듭니다.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생각이 나오고,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힘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대결, 반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이익만 좇다 보니까 그게 부딪히면 그야말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마음을 조련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야 합니다.

    -수행자로서 일반인이 고뇌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수행자는 스스로 마음을 조련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권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행자로서 최종 목표는 성불입니다. 성불은 마음에 괴로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걸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 합니다. 고통을 떠나 극락을 가진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분별심이 없어야 합니다. 안 좋은 것이 없으면 좋은 것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은 것은 좋은 것 때문에 생깁니다. 이것을 ‘차생고피생(此生故彼生)’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생기면 반드시 저것이 생긴다, 이 분별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사바세계의 마음을 갖고 있는 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즐거움과 기쁨, 행복, 만족을 추구하지 않나요.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기 위해 자꾸 무엇을 하려고 하고 가지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생기면 당연히 반대의 것이 자동으로 생긴다는 겁니다. 행복이 생기는 즉시 불행이 생기고, 기쁨이 생기는 즉시 슬픔이 생깁니다. 이를 불교 교리 내용으로 인과(因果)법이라고 합니다.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괴로움은 질량이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마음입니다. 다만 시차가 다를 뿐입니다. 해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이 다르듯, 태어나는 시간과 죽는 시간이 다르듯, 행복할 때와 불행할 때의 시차는 다릅니다.

    -분별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인지요.

    △즐거운 감정이 없으면 괴로운 감정도 없습니다. 근데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것은 당연히 가지려고 하고, 괴롭고 힘든 것은 물리치려고 합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이 올까 합니다. 많이 즐거웠던 사람, 많이 행복했던 사람은 많이 괴롭고 많이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정신이 바로 그것인데 중도심(中道心)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을 해탈이라고 부르고, 극락, 성불, 보리라고 설명합니다. 옛날 선사 스님들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과정으로 봤습니다. 불편하지 않다는 얘기죠. 아무리 좋은 것도 불편하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나쁜것도 불편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말이죠.

    -사회에 화두를 제시하신다면.

    △당나라 때 임재선사 말씀 중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내가 주인공이 되라’고 직역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주인이라는 개념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했는데 이와 같은 뜻입니다. ‘내가 최고’란 뜻보다도 ‘걸림이 없다’는 의미로 봐야 합나다. 걸림이 없다는 얘기는 ‘불편하지 않고 내 마음이 괴롭거나 불편하지 않다, 한마디로 번뇌가 없다, 항상 편하다’는 뜻입니다. 어느 곳이든, 어느 때든 그렇게 되면 시공을 초월합니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편안한데, 여기 있으면 어떻고, 저기 있으면 어떻습니까. 마음은 인과(因果)로 돼 있다고 합니다. 좋은 것이라고 분별하면 싫은 것이 똑같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게 반복되는 거죠. 윤회(輪廻)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에 머물러 있으면 괴롭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괴로움과 근심 걱정이 있습니다. 편안하려면 내가 주인공, 불편함이 없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물질에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 진우 스님은

    지난해 9월 조계종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한 진우 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으로 총무원장 선거가 도입된 이후 처음 단일 후보로 추대돼 종단 수장에 올랐다. 불교계에 따르면 1961년 강원도 강릉 출생인 진우 스님은 14세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출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8년 보현사에서 관응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8년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담양 용흥사 주지(1999∼2012년), 백양사 주지(2012∼2014년),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기획실장·호법부장·사서실장(2017∼2018년), 총무원장 권한대행(2018년 8∼9월), 불교신문사 사장(2018∼2019년) 등을 지냈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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