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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고립’이 아닌 ‘자립’을 꿈꿀 수 있는 사회- 김정수(창원국가산단 홍보협의회 회장)

  • 기사입력 : 2023-05-16 20: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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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여덟이면 싫든 좋든 어른이 되어야 하는 청춘들이 있다. 과거 보호 종료 아동이라 불렸던 ‘자립 준비 청년’이다. 이들은 공동생활가정과 가정위탁,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보호받다 만 18세가 되면 퇴소해 홀로 설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해 6월부터는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아직 만 18세에 나오는 청년이 대다수라고 한다. 해마다 사회로 나오는 전국 자립 준비 청년은 2500명 안팎. 창원지역에서도 한 해 40여 명의 자립 준비 청년이 보호시설을 떠나 새 삶을 개척해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열여덟 어른의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 의지할 곳 없이 혈혈단신으로 세상과 부딪혀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광주에서 자립 준비 청년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우리 사회는 부산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복지재단 등이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창원지역에서도 한 기업은 자립 준비 청년 홀로서기를 돕기 위한 일터를 열었고, 또 다른 기업은 일대일 전문 상담 서비스 지원과 공기청정기 전달 등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 필자가 우연히 경북지역 한 아동복지 기관에서 준비한 자립 준비 청년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일일 강사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취업 준비에서 가장 기본으로 손꼽히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요령 등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휴일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집에 도착도 하기 전 자기소개서 첨삭을 희망하는 메일을 받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외에 편견과 차별에 고통받는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더 능동적으로 자립 준비 청년을 보듬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길 희망한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처럼 모두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자립 준비 청년이 고립이 아닌 자립을,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 사는 사회를 꿈꿀 수 있도록 말이다.

    김정수(창원국가산단 홍보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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