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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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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우리에겐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1-30 19: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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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새해가 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난다. 모두가 희망과 행복을 말하는 새해와 조금은 이질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이 ‘1분 30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니,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 당신이 ‘1분 30초’ 후에 죽는다면 어쩌겠는가?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챙길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무작정 도망치거나, 살려달라고 기도하거나, 왜 죽어야 하냐고 질문하거나, 망연자실 죽음을 기다리거나, 아랑곳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리석은 나는 무엇이 잘못되어 종말을 맞아야 하는지 원인을 찾으려 과거를 되짚어보다 시간을 다 써버릴 것만 같다.

    ‘지구종말 시계’라고 불리는 ‘둠스데이 클락(Doomsday Clock)’이 최근 10초 더 흘러 자정을 불과 90초 앞두게 됐다. 미국 핵과학자회는 지구 멸망시간을 자정으로 정하고 매년 지구의 운명을 나타내는 시각을 발표하는데, 1947년 자정 7분 전에서 시작해 1991년 17분 전으로 늦춰졌다가 2020년 100초 전으로 이동한 뒤 3년 만에 10초가 당겨졌다.

    핵전쟁 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핵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기후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핵 위험이 커졌다는 강력한 경고이다.

    핵폭탄이 터지면 일순간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나기에 전세계가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종당에 인류에 닥칠 결말로 보자면 기후변화 위기가 가진 위험도 핵폭탄 못지 않다.

    2022년을 한 번 되돌아보자. 유례 없는 폭염과 가뭄, 폭우와 홍수가 지구촌을 덮쳤다.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았고 독일은 가뭄으로 라인강이 말랐고 프랑스는 산불로 서울면적 규모의 숲을 잃었다.

    우리나라도 잇단 대형 산불로 큰 피해가 났고 전남은 기상 관측 이래 가뭄일수 최다일을 기록했으며 경남의 섬지역도 제한급수에 먹는 물 걱정까지 해야 했다.

    반면 파키스탄에서는 역대 최악의 홍수로 국토 1/3이 물에 잠겼고 나이지리아도 100만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으로 옮기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시간당 140㎜의 폭우가 내려 도심이 잠기고 인명피해도 컸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역대급 한파 역시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생긴 기상이변 때문이라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의 해빙과 이로 인한 바이러스의 창궐, 식량 위기를 맞은 인류가 ‘종말, 멸종’이라는 결말을 맞는 것은 더 이상 영화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지구 종말 1분 30초 전 내가 되짚어 본 과거 속에는 넘쳐나는 음식잔반, 24시간 돌아가는 냉난방기, 늦은 밤 환하게 불 밝힌 거리, 양치 내내 틀어 놓은 세면대의 물, 넘쳐나는 플라스틱 포장지 등이 있다.

    핵전쟁은 우리가 막을 수 없지만, 탄소중립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이미 늦었나? 아직 기회가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 전기 스위치를 내리고 수도꼭지를 잠그고 텀블러를 집어 들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에겐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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