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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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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이현우(김해봉명중 환경교사)

  • 기사입력 : 2023-01-24 18: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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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창한 날이었다. 집 앞 공원을 걷는데 한 여성과 손을 잡은 세살 남짓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여성이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자연스럽게 잔디밭에 버리며 지나갔다. 아이 손에 있던 작은 쓰레기도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세계에서는 폭염, 태풍, 가뭄, 산불로 많은 희생이 야기되고 있다. 원인은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던 인간은 자연 앞에 무너지고 있다. 뉴스에서는 우리나라에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상태라는 내용과 우리 집 앞에는 소각장을 지을 수 없다며 팻말을 들고 지자체와 정부에게 소리치는 이들을 비춘다. 소각장이 집 앞에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다수를 위해 희생하라고 말할 수 없다. 그들에게도 건강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권리와 자신의 재산을 지킬 권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환경을 위해 나의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불편한 삶을 살지 않으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중은 개인의 불편함을 강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반대에 부딪힌 환경 정책들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성장해야 한다. IPCC 6차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SSP 시나리오는 최악의 미래와 지금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우리는 최악의 미래를 조우하게 된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환경교사다. 공원에서 조우했던 두 모녀와 같은 사람들이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기후변화, 자원순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국가와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지구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고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환경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을 양성하고 있고 변화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래를 맞을 수 있을까요’라는 아이들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 없다. 왜냐면 우리는 지금도 하나밖에 없는 지구라는 집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지금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미래를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지키는 길에 함께 걸어줄 수 없는지.

    이현우(김해봉명중 환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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