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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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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뭐하꼬] 수제칼 만들기 체험

나만의 刀刀한 나이프
현대판 대장간에서 각자의 개성 담아 색다른‘칼의 추억’
본지 50기 기자들, 펜 대신 칼?

  • 기사입력 : 2023-01-19 2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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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개 식칼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칼은 쓰임새에 따라 빵칼, 과도, 회칼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칼은 돌칼로부터 시작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칼. 칼을 만드는 재료는 바뀌었지만, 용도와 모양은 비슷하다. 근래에는 캠핑 등 야외 레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칼은 일상과 한층 가까워졌고, 어느덧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칼의 제작 과정을 접해본 사람은 흔치 않다. 과거에는 대장간에서 수작업으로 칼을 만들었다면, 현재는 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칼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면 현대판 대장간에서 수제칼 제작 체험을 통해 몸소 알아보는 건 어떨까.

    “칼은 한 번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하고, 잘 만들면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구진영 대표가 운영하는 ‘풀무공방’에 가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칼을 만들 수 있다.

    박준영 기자가 창원 풀무공방에서 쇠망치로 칼 단조작업을 하고 있다.
    박준영 기자가 창원 풀무공방에서 쇠망치로 칼 단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남신문 50기의 칼 만들기 체험

    지난 7일 경남신문 50기 기자들은 각자의 칼을 만들기 위해 창원시 의창구 동읍 자여마을에 위치한 ‘풀무공방’을 찾았다. 낯선 경험을 앞두고 한껏 기대에 부푼 기자들은 도착과 함께 구진영 대표를 만났다. 풀무공방은 공방뿐만 아니라 ‘카페 풀무’를 함께 운영하며 찾아온 이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있다. 카페 내부에는 구 대표가 직접 만든 칼들이 진열돼 있다. 칼의 모양은 제각기 달랐으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인 기자들은 카페 바로 옆에 위치한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칼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소재·디자인 선정이다. 세 기자는 각각 ‘쇠를 가는 줄쇠’, ‘볼트핀’, ‘기차 레일핀’을 칼 소재로 선택했다. 소재를 선정했다면 원하는 칼 모양을 구상한다. 날끝부터 시작해 손잡이 모양을 결정한다. 처음 만드는 칼이지만,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소 엉성한 구상이어도 구 대표의 조언이 함께한다면 문제없다.

    구진영 풀무공방 대표가 칼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구진영 풀무공방 대표가 칼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구상이 끝났다면 이제는 단조·성형 차례다. 칼의 모양을 잡아주는 단계로 불이 붙은 가마에 재료를 넣어 달궈준다. 벌겋게 달아오른 탄소강을 꺼낸 뒤에는 모루 위에 올려두고 쇠망치로 두드린다. 달궈진 재료는 탄소강의 경도가 없는 상태이기에 두드린 망치의 자국이 남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신의 칼 모양이 된다. 모양을 잡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과정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렇기에 가마에 재료를 달구고 망치질을 반복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마지막 단계라 볼 수 있다. 단조를 끝낸 뒤에는 탄소강의 경도가 낮기에 다시 강도를 높여주는 열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가마에 다시 한번 달군 탄소강을 기름에 넣는다. 열처리가 끝난 탄소강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한다. 즉 사용 중에 변형되거나 갈라질 수 있다는 것. 이에 열처리가 끝난 탄소강을 오븐에 넣어 일정한 온도에서 구워주는 뜨임 과정을 거쳐준다.

    굽는 과정이 끝난 뒤에는 이제 구 대표의 솜씨가 발휘되는 시간이다. 전체적인 칼의 모양을 잡은 뒤 연마를 거치면 뭉툭했던 칼날은 어느새 날카롭게 날이 서게 된다. 완성된 칼은 종이 한 장을 단숨에 베어낼 정도로 날카로움을 자랑했다.

    박준영 기자가 분필로 칼 디자인을 하고 자랑하고 있다.
    박준영 기자가 분필로 칼 디자인을 하고 자랑하고 있다.
    박준영 기자가 열처리 작업을 마치고 휘어진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준영 기자가 열처리 작업을 마치고 휘어진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칼날을 세우는 연마작업.
    칼날을 세우는 연마작업.

    ◇수제칼 만들기 체험을 마친 50기

    박준영= 살면서 칼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 설렘이 컸다. 직접 모양을 잡고 두드리고 갈기도 하며 이게 진짜 칼이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과정을 하나하나 거칠수록 칼의 모양이 잡혀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신비로웠다.

    김용락= 어떤 물건이든 만들 수 있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직접 칼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해봤다.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새로운 분야의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단순 쇠붙이였던 것들이 단조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칼의 형태로 바뀌는 게 엄청 신기했다.

    박준영, 김용락, 한유진 기자가 완성한 칼.
    박준영, 김용락, 한유진 기자가 완성한 칼.

    한유진= 이채로운 경험이었다. 모루와 가마 등 평소 접할 수 없었던 도구들이 가득한 공방의 분위기도, 두툼한 철붙이가 날카로운 칼이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도 모두 새로웠다. 체험 전 대표님께서 “칼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각자의 성격이 묻어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완성된 칼을 보니 비로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풀무공방’

    현재 풀무공방은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는 흐름에 맞춰 캠핑칼 체험을 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식칼 등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체험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또한 고급 칼을 제작할 수 있으며 구 대표가 만든 칼을 구입할 수도 있다.

    구 대표는 수제칼의 매력에 대해 “칼을 만든다는 것은 나 자신 역시 갈고닦는 수행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칼은 수명이 없다. 그렇기에 한 번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하고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 이곳에서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자신의 꿈도 밝혔다. 그는 “수제칼이 대중화가 되었으면 한다. 가죽을 소재로 한 가죽공방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들처럼 수제칼 역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 박준영 기자·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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