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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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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흥민과 BTS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3-01-18 19: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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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등급 받았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 결과를 군청 담당자가 군수에게 보고했습니다. “아, 잘했네! 수고들 많았어요.” “그게 아니고… 군수님… E등급 받았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작년부터 10년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자체 등에 정부가 매년 1조원씩 지원하는 예산이다. 말 그대로 중앙정부가 해당 지자체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지방소멸을 막으라고 내려 보내는 군자금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일률적으로 해당 지자체에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작성한 지방소멸대응 사업계획을 심사위원들이 심층 평가해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A등급부터 E등급까지 있으며, A등급은 1년에 160억원, B등급은 120억원, C등급은 80억원 등 기금의 액수 차이가 꽤 크다. 더구나 100% 국비지원이라 지자체로서는 상당히 큰 예산임에 틀림없다. 작년에 A등급을 받은 곳과 E등급을 받은 곳의 희비가 크게 갈렸다는 얘기를 적지 않게 들었다.

    또 올해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라는 것이 도입됐다. 손흥민과 BTS의 한 멤버가 자신의 고향에 각각 500만원을 기부했다는 것이 새해 들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 기부는 법인이 아닌 개인만 할 수 있으며 1년 최대 기부금액은 500만원이다. 기부자는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과 더불어 세액공제도 받는다.

    이 기부금 제도는 일본에서 15년 전 시작한 것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본정책 베끼기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재정분권의 원칙에 부합하지도 않고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 간 기부금의 차이가 너무 커서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또한 지자체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처럼, 최근 들어 정부에서 부처를 막론하고 만들어내는 다양한 지방살리기 대책들은,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사라져가는 지방을 살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앞으로 그런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일본을 비롯한 다수 선진국들도 지방의 각종 인프라 구축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으나, 그 결과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도시로의 집중이 그로 인해 더 심화됐다고 한다. 이를테면 교통이 좋아지면 도시에서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식의 양적 투자보다는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여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지방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의 공간적 재배치가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권을 얼마나 향상시키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소멸위기의 지방이란 농산어촌을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농산어촌은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에 즈음하여, 더 이상 도시의 변방으로서의 지방이 아니라 도시의 대안으로서의 지방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지방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또한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 만들기와 같은 민간영역이 주도하는 자발적이고도 창의적인 시도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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