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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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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남이 69명의 위원이라면- 박진현(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1-08 19: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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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J. 스미스의 그림책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세계 인구를 100명이라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어떤 사람, 어떤 세대, 어떤 종교의 사람들로 이루어졌고, 얼마의 식량과 얼마의 물, 어느 정도의 교육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 축약해서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에서 2019년 미국의 스탠포드 의대 필립하츠 박사는 ‘지구상 77억 인구(2022년 현재는 80억)를 그대로 줄여서 100명을 만들면 지구엔 어떤 사람들이 살까’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57명이 아시아인, 21명 유럽인, 14명은 아메리카인, 8명이 아프리카인이며 49명이 남성, 51명이 여성, 20명은 자기 집에 살지만 80명은 집이 없고, 70명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며 50명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1명은 중병을 앓고 있다. 그리고 100명 중 1명만 대학교육을 받았다.

    이런 수치들이 ‘우리는 다행’이라는 위안으로 소비되고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의 삶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진주 안인득 사건처럼 내 이웃의 불행이 나와 무관치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진즉에 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사회대통합’을 기치로 내 건 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상남도 사회대통합위원회’가 그것이다. 위원회는 경남의 18개 시·군이 추천하고 도내 21개 사회분야를 대표하는 6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지역, 계층, 세대, 노사, 교육 등 분과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회 통합의 필요성이야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통합에 이어 ‘대통합’까지 거론해야 할 만큼 지금 대한민국과 경남은 여러 층위의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다. 세대 안에서도 성별이, 성별 안에서도 계층이, 계층 안에서도 지역이, 지역에서도 노·사가,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갈등의 고도화된 구조 속에서 도민들은 직감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어디에서라도 통합을 위한 실마리가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것이다.

    나는 그 실마리를 푸는 역할을 경상남도 사회대통합위원회가 해주었으면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첫 숟가락이 반드시 떠야 할 것은 있다. 위원회 출범식 날 배경 펼침막에 쓰여 있던 것처럼 소통·화합의 씨앗을 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촉장을 받은 경상남도 사회대통합위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경상남도가 6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마을’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대의(代議)’한 직능과 직군, 계층, 세대, 지역을 지극히 충실하게 대변해주시기를 바란다.

    이견(異見)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말고, 갈등을 봉합한 척 서둘러 결론짓지 말고, 때로는 대안이 없음을 고백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각양각색의 경남도민 전체가 모인 토론장처럼 열띠기를 바란다. 서로 다름이 충분히 소화되어야 우리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모쪼록 사회대통합위원들의 활약을 곧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진현(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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