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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품 로컬푸드- 오성진(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3-01-04 1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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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윤태 엔슬협동조합 이사는 ‘명품의 조건’이라는 칼럼에서 명품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품질이다. 품질의 우수성 없이는 절대로 명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역사와 전통이다. 짧은 기간 소비자들을 현혹하거나 속일 수는 있어도 수십 년 간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현대적 디자인 감각이 브랜드 정체성과 전통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 명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H사, C사, L사 등의 브랜드가 있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명품의 조건으로 가격에 대한 결정권과 높은 가격, 그리고 희소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는 고가의 정책을 취하며 재고상품에 대해 소각을 할지언정 할인 판매는 안하며 아무에게나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산물에도 명품이 있다. 검색창에 명품 농산물을 입력하면 전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많은 농산물들이 쭉 나옴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많은 농업인들이 열심히 생산하고 계신 결과다. 그러나 많은 농산물을 명품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품질과 전통이라는 명품 조건엔 부합하겠지만, 가격 결정권과 희소성을 명품의 조건 면에서는 농산물의 가격 결정권이 시장에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이젠 명품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농산물들이 로컬푸드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 직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먹거리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여 환경과 건강을 지키고, 지역농업 발전 등 지역사회의 도농상생을 촉진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단순히 그 지역 농산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먹거리의 유통문화라 할 수 있겠다.

    그럼 로컬푸드를 왜 명품이라 할 수 있는가. 우선, 지역의 명품 농업인들이 노력하여 생산하고 있고 안전성 검사도 매번 시행하니 품질과 역사, 전통은 따 놓은 당상이다. 또한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농산물이니 희귀성도 담보된다.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가격은 경매 등을 통하여 시장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로컬푸드는 본인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하여 본인이 결정하는 구조다. 이런 점들을 본다면 로컬푸드는 명품의 조건에 모두 해당된다 할 수 있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로컬푸드가 단순히 생산하고 소비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을 했으면 한다. 제가 생각하는 도약은 ‘지역 먹거리 문화의 계승’이다. 저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보다 보면 나름 음식에 관심이 많은 저도 모르는 먹거리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정말로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이러한 먹거리 문화가 소멸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강력한 정책 등을 통해 인구를 전입시켜 지역 소멸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 지역의 먹거리 문화는 한 번 없어지면 다시는 찾을 수 없다. 로컬푸드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오성진(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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