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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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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만남과 관계의 조화 - 장현호(밀양향토사연구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12-19 21: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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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장의 달력이 이제 겨우 한 장 남았다. 한 해 동안 우리는 많은 시간을 빌려 쓰고 또 다른 한해를 맞을 준비로 분주해지고 있다.

    한해살이 꽃들은 작은 씨앗으로 허공을 떠돌며 여러 해 차가운 땅속뿌리로 남아 새로 나눠 주시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나라의 새들은 새해를 영접하기 위해 그 작은 날개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오고 고래도 먼바다를 온몸으로 회유한다. 또 다른 한 해를 만나기 위함이다.

    아름답게 물들었던 나뭇잎들도 이제 모두 떨어져 어디론가 날아가고 네온사인 가득한 도회의 거리에는 오버 깃을 여민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걷는다. 추워졌다. 살아가는 것은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해의 마지막을 걸으면서 만남과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오래된 전화번호부 수첩을 발견했다.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 지인들과 친구들, 친지들의 연락처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지금은 전화번호 수첩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과의 관계만 유지하다 보니 하늘이 준 인연인 만남을 땅의 인연으로 소홀히 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만남과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이 둘의 조화에 의해 세상이 발전하고 쇠퇴하기도 했다.

    만남과 관계가 잘 조화된 사람의 인생은 아름답다. 따뜻한 관계, 아름다운 관계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생겨난다. 좋은 관계는 대가를 치를 때 만들어지는 결과이다.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준 사람들, 부모, 형제, 이웃, 친구, 동료… 등 이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들이 투자되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묻히고 잊혀 가지만 나와 인연을 맺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묻히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아름다운 것들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잊혔던 인연들에 따뜻한 편지를 쓰고 싶다. 따뜻한 안부로 잠시나마 그의 내복이 되고 싶다. 12월의 저무는 길목에서….

    장현호(밀양향토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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