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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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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같이의 가치’를 키우는 ‘가치와 같이’- 황진혁(작가)

  • 기사입력 : 2022-12-15 1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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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인들의 카카오톡 알림말을 보다 보면 종종 ‘같이의 가치’라는 말을 발견한다. ‘같이’의 ‘가치’라니, 참 예쁜 말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고, 혼자서도 잘 노는’ 게 계층의 특징처럼 설명되는 소위 ‘MZ세대’, 2030청년들이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무언가를 함에 있어 홀로 아등바등 씨름하다 포기하고 마는 장면을 보거나 또는 스스로 겪고 있노라면 참 많이도 이 말을 떠올렸더랬다.

    대학 시절 지방대학을 졸업하면서 한 교수님께서 주신 말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경쟁하고, 가능하면 서로 협력하라”는 말씀이다. 평범한 사람이 큰일을 해내려면 혼자서는 어려우니 서로 협력해서 성과와 즐거움을 나누라는 뜻이다. 기왕의 이루고 싶은 일들은 혼자보다 목적지가 같은 사람끼리 모여 합심하는 것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으며, 오늘날의 내 모습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경험’을 배우기 어려운 사회가 된 듯하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자신이 겪거나 저지른 실수가 많을지언정,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탓을 하는 행동이 당연해졌다. 많은 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성인이 된 만큼 ‘무능력’한 자신의 모습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차라리 ‘무책임’을 택해버리는 이들도 늘어났다. 한때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 가정을 일군 기성세대들은 취업시장이 어려워진 청년들 앞에서 모두 죄인이 되어버렸고, 기성세대가 청년을 향해 무슨 말만 꺼내면 너무나도 쉽게 ‘꼰대’라는 이름표가 붙여짐으로써 입을 열지 못했다.

    10여 년 전,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향해 조언하는 도서들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기성세대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진다. 사람이 말을 조심해야 한다면 그것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모두가 조심해야 할 일일 텐데, 그들과 비교했을 때 청년의 발언권에는 큰 제약이 없다. 같은 제약이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 ‘말조심’이라는 시선이 특히 기성세대에게만 집중되면서 그들이 아예 입을 열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과거 기성세대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했던 청년들이 가졌던 부담감과 같이, 이제는 기성세대들도 청년에게 건네는 말과 그 말에서 파생되는 현상들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세대 할 것 없이 동 세대끼리 모이면 다른 세대를 폄훼하기 바쁘고, 갈등의 골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되고, 말을 해야 이해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소통하지 않고 갈등을 해소한다는 게 말처럼 어려운 일인 만큼 더는 서로의 갈등이 깊어지지 않으려면 일단 말문이 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 개인부터 동 세대와 동행하고 다른 세대와 의논할 수 있는 마음의 문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가치 없는 세대와 가치 없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세상이 어렵고 삶이 팍팍해질수록 혼자서는 어렵다. 뭐라도 옆에 두어야 한다. 그것은 또 하나의 짐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가치이다. 올해가 가고 겨울이 지나 내년이 오면 봄이 올 것이다. 그 봄날이 따사로우면 좋겠다. 우리가 ‘같이’의 가치를 초월한 세상의 많은 가치마저 ‘같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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