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술 산업 시대, 도립미술관 역할을 생각하다- 박남용(경남도의원(창원7) 문화복지위원회)
- 기사입력 : 2022-12-11 19: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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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이 MZ세대의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미술품 감상 및 수집이 대중적 취미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술’과 ‘산업’이 다른 층위에서 서로를 외면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영원한 유산’을 선보이고 있다. 질적·양적으로 미술품 수집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이 전시에 많게는 하루 1200명 이상 도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전시가 경남에 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애초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지역 공립미술관 순회전 1차 낙점자로 부산과 대전시립미술관을 결정했으나, 문체부는 이를 번복하고 광주, 부산과 함께 경남도립미술관을 1차 순회전 장소로 결정했다. 모르긴 몰라도 김종원 경남도립미술관장과 학예연구사들의 숨은 노력이 일조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더욱이 도립미술관은 2004년 건립 이후 18년 동안 항온항습시설을 갖추지 못해 컬렉션 유치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도립미술관은 2022년 제1차 추경을 통해 3층 2개 전시실에 항온항습시설을 갖추었다. 그러나 여전히 낡은 조명시설과 협소한 수장고 등 개관 이래 시설 정비가 전무했던 미술관 실정이 컬렉션 전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고, 이는 ‘전시를 위해 시설개선이 선행되는 것’이 아닌 ‘전시가 시설개선을 도모하는’ 씁쓸한 형국을 자아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도립미술관의 역할과 이를 위한 행정의 뒷받침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공립미술관의 기능은 수집, 연구, 전시, 교육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행정의 명확한 이해는 요원해 보인다. 미술관 안팎에서는 전시기획팀, 기록연구팀, 교육연구팀, 정책연구팀, 홍보팀으로 직제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째 흘러나오고 있다. 관장 아래 학예연구과와 운영과를 따로 두어야 함에도, 운영과 안에 학예연구계가 포함되면서 학예연구사들의 전문성 훼손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진다. 때문에 관장이 학예연구실장 역할을 하는 상황이 18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기형적 구조는 전국 국공립미술관 중 경남도립미술관이 유일하다.
다소 민감한 이야기도 한번 해보겠다. 몇몇 단체장은 도립미술관장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관장이 단체장의 정무적 목적으로 임명되었기에 미술관의 정체성은 모호해졌고 장기적 계획은 미비했으며, 외부 관변단체와 고위공무원의 입김으로 전시기획과 작품 수집이 일관성을 잃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작품 수집 예산은 또 어떤가. 3~4억원, 타 지역 공립미술관 수집 예산액이 10억원가량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제 문제가 낳은 도립미술관의 낙후성은 경남도민들을 서울, 부산, 대구지역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행정이 내놓을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지난 18년간 그러했듯 더 시급한 일이 경남도정에는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미술이 산업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오로지 경남만 애먼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지, 툭하면 문화예술 부흥을 노래하는 경남도에 되묻고 싶다.
박남용(경남도의원(창원7) 문화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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