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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차피 엔딩이 죽음이라면?- 이세영(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영어영문학과 4학년)

  • 기사입력 : 2022-12-05 19: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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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가렛 에트우드는 소설 ‘해피엔딩’에서 결국 우리의 엔딩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과 이유라고 주장한다.

    A가 SKY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 취직했다. B는 지방 사립대학에 입학했지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했다. 그래도 꾸준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원하는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A와 B를 비교했을 때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A의 삶이 더 멋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A의 삶은 성공한 삶이고 B의 삶은 성공하지 못한 삶인가? 우리는 학벌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기업에 입사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도 사야 하고 좋은 친구들이 있으며 자녀도 있어야 한다. 쉬는 날에는 여행도 가고 부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도 가지고 있으면 더 좋겠다. 이것은 소설 ‘해피엔딩’에서 말하는 행복한 인생이자 우리가 현실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다. 과연 이 틀에 맞추면서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9급 공무원을 예로 들어 보자. 이전 세대 9급 공무원의 대다수는 지방대학교 출신이었으나 요즘은 명문대학교 학생들도 9급 공무원에 도전한다. ‘스누라이프’라는 명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므로 9급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명문대 출신이 9급 공무원을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일찍 삶의 경로를 정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평도 있었다. 본인의 능력에 맞는 도전을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명문대 출신 공무원들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대기업에서 승진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낼 바에는 안정성과 자유를 택하겠다고 말한다. MZ세대들에게 결혼은 선택이 됐고 집단생활보다는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 독립된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먼 미래의 행복보다는 오늘의 자유를 얻길 바란다.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기성세대는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고 노력으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렇기에 자녀들에게도 자신들이 한 만큼의 노력을 바란다. 자녀들이 본인과 같은 힘듦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더 높은 학력과 직장을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는 만큼 해피엔딩보다도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삶을 어떻게 일구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회가 정해놓은 해피엔딩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내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결혼하지 않아도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이세영(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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