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8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거리에서 배우다-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22-11-29 19:11:43
  •   

  • 경남지역에서 유흥주점이 많은 지역을 선정하여 불법 유해광고물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였다.

    우리 지역에서는 상남동, 봉곡동, 오동동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업소 수에 비해 단속대상이 되는 건물 바깥에는 불법 유해광고물이나 선정적인 간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진해 중앙시장 근처에서 유흥주점 외벽에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홍보를 하고 있는 업소가 많아 이는 지자체의 집중 관리 여부에 따른 차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서는 업소 홍보를 하는 데 있어서 불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데 비해, 구도심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해 선정적인 모습으로 사람을 유인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단속은 피할 수 있었지만 도심 지역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건물 출입구에 부착된 업소 홍보용 전단지에는 여성의 성이 상품화되어, 가격 매겨지고 진열된다. 전단지에 쓰인 문구 또한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자칫 성은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잘못된 성인식을 갖게 하여 은연중 성매매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거리를 지나다니며 자연스레 많은 것을 배운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불빛, 자연, 건물, 자동차, 간판, 전단지 등 보고 듣는 많은 것들은 우리의 의식을 성장시키고 지배하기도 한다.

    특히 거리의 간판이나 전단지 등에 쓰인 선정적 이미지, 홍보문구는 전문가들에 의해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며 관심을 갖도록 제작되어 거리를 지나는 성인과 아동·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쉽고 자극적으로 읽힐 수 있어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존중되고 성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알게 모르게 내면의 성의식을 만들어가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놓쳐서는 안 된다.

    단지 현행법의 한계로 단속할 수 없을 뿐, 문제가 없는 게 아니기에 법의 눈을 벗어난 곳까지 섬세하게 살필 수 있도록 보다 법이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여성인권상담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