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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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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이 편하면 시민은 불편하다

  • 기사입력 : 2022-11-28 20: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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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상 부담이 적고 도심 지역에 비해 파크골프장 설치가 수월해서….”

    내서읍 광려천 친수공간에 파크골프장 설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창원시 공무원은 이렇게 답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고 행정편의주의다.

    내서읍 광려천을 처음 방문한 지난 5월. 이 일대에 조성 중이던 친수공간은 한눈에 봐도 넓은 녹지와 하천이 흘러 주민 휴식 공간으로 적합해 보였다. 내서읍 주민들은 그토록 원했던 친수공간이 만들어지는 줄 알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는 이 일대에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주민 동의는 없었다. 파크골프장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부지를 찾기는 어려워 설치가 쉬운 이곳을 택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은 모든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친수공간에 특정인만 사용하는 파크골프장은 안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지역 시의원인 이우완 의원도 힘을 보태 지속해서 창원시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본지 보도 이후 이 문제는 공론화됐고 시의회 시정질문으로까지 이어졌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시정질문에서 “아무래도 모든 사업은 지역주민 수용성이 부족하면 어렵다.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 후 파크골프장 설치 계획은 최종 무산됐다. 해당 부지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변공간이 들어설 전망이다. 주민들은 안도하며 수변공원이 생길 광려천에 정화 활동을 하는 등 반기고 있다.

    늦었지만 창원시 결정을 환영한다. 파크골프 인구가 늘어나 많은 이들이 파크골프장 확대를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 편의를 위해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바로 옆에 있는 곳에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설치를 계획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공무원이 편안하려 하면 시민은 불편하다. 행정당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파크골프장 설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일 하라고 공무원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박준혁(자치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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