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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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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상한 마을의 주연들- 황숙자(김해시 노인장애인과장)

  • 기사입력 : 2022-11-28 19: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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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한 모임에 대한 소개다. 구성원 나이도 40대부터 80대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직업군도 교사, 프리랜서, 회사원, 농부, 시인, 스님, 장로실버(장 놀고 계시는 노인) 등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화초를 좋아해서 종류나 규모와 상관없이 자기만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단체명은 ‘시인의 마을’인데 대표이신 촌장이 시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붙어졌다. 촌장은 매일 새벽에 기상하면 자작시나 교훈, 지침이 될 문구를 붓글씨로 연습한다. 15명으로 구성된 단체 톡에 완성된 서예 작품 한편이 올라오면 시인의 마을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렇게 서로 안부를 확인하면서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를 지낸다. 매일 격려글을 공유하면서 1년에 딱 한번 정기공연을 한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말이다. 공연장소는 마당이나 넓은 테라스가 있는 집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한다. 참가 자격은 장르 제한 없이 무조건 한 가지 이상은 발표하는 조건이다.

    이벤트 업체를 부르거나 특별출연도 없다. 구성원 모두가 공연자이고 관객이다. 올해는 ‘가을? 사람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모임을 했다. 실수해도 괜찮고, 잘못해도 괜찮다. 잘하는 대로, 못하는 대로 서로 격려한다. 행사 당일 소정의 회비를 내서 먹거리를 나눠 먹고 기념품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 요샛말로 내돈내산(내돈으로 내가 산 물건)이다.

    칠십이 넘으면 새로운 것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을 건데 긴 시를 또박또박 외워서 낭송하는 분도 있다. 오카리나도 기존 음향에 맞추지 않고 서툰 대로 당당하게 분다. 구연동화나 이야기 할머니를 배워 공연하는 분도 있다. 1년에 딱 한 번이지만 준비하고 즐기며 특별한 무대를 꾸미는 출연자 모두가 조연 없는 ‘이상한 마을의 주연’이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만남을 가진다. 매일 만나도 감정선 교류가 없는 겉치레에 불과한 만남이 많다. 하지만 이 모임은 SNS를 통해 다정한 안부와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따뜻한 이웃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열심히 읽는다.’ 촌장님이 단체톡에 올린 오늘의 훈시(?)다.

    황숙자(김해시 노인장애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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