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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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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미술관의 기능-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2-11-22 19: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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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주제로 한 전시 ‘영원한 유산’과 고 백순공 교수의 전시 ‘선의 흔적’, 그리고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꾸민 ‘화화(畵話)-마주선 서화와 미술’이 열리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이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뒤이어 지방 공립미술관 순회전으로 이루어진 전시이다. 이 전시를 유치하기 위한 각 지방정부 및 미술관들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경남도립미술관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미술관 조직에서는 학예 연구과가 아직 없으며, 미술관 시설면에서는 항온항습 시설이 되어있지 못한 상황이라 무어라 장점을 내밀 것은 없었으나 제1차 순회전에 경남도립미술관이 그 이름을 올렸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수를 망라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의 위력은 미술사적 입장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를 더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보통 그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그 장식을 생각하는 정도이거나 화가의 생애에서 일어난 이면적 굴곡이거나 인생의 신산(辛酸)에 따른 호기심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미술품이 지닌 본질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화가의 그림 한 점이 지닌 가치는 그 작품이 지닌 미의 영원한 공효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한 미의 가치를 화가가 표현으로 남겨 현재에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미적 가치가 미래적으로 우리에게 지남하는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그 곳에 미술품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존 러스킨의 말을 빌리면 “위대한 국가는 세 권의 저서로 이루어진다. 행동, 말, 그림이 그것이다. 이 중에 한 권을 이해하려면 나머지 두 권을 읽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것은 그림이다. 행동은 재현될 수 없고, 말은 왜곡될 수 있으나, 그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그러한 그림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관의 기능은 수집, 연구, 전시,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미술관이란 변하지 않는 사실의 기록이자 미적 구현체인 미술작품과 작가의 철학적 미학적 깊이 그리고 그 시대적 정황을 연구 분석하여 전시로 드러내고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관객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삼성이라는 기업이 지닌 기업 이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이 컬렉션에서 살필 수 있는 점이다.

    기업의 기술력에 미적 감성을 더하는 순간에 그 기업의 제품은 기술력을 능가하는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그렇다. 값싼 자동차에서 품위 있는 자동차로 변모한 시기는 현대자동차가 미술에 관심을 기울인 시기와 일치한다.

    2014년을 전후하여 현대자동차는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라크마와 영국의 테이트모던 그리고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장기 후원하고 아트 디렉트를 회사에 두고는 아트 테크놀로지를 표방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 전역의 각 지자체에 미술관이 거의 건립되어 있고 현재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이 지닌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리고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술관의 건립이 일종의 구색 맞추기로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문화를 빙자한 반문화적 행태인 것이다. 미술관의 기능이 선구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조직 정상화와 예산의 배정이 적절해야 한다. 지방 자치단체의 일개 사업소라는 인식은 여전하며, 상식을 벗어난 간섭이 미술관의 역할을 막아서는 현실도 있다. 이제 미술관은 연구기관이며 그 독립적 기능이 작동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이건희 컬렉션이 야기한 문화적 사회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고 말 것임은 자명하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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