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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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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시장경제와 한국·중국의 전태일 정신-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1-08 1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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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태일의 그날’은 11월 13일이다. 올해도 이 무렵, 서울에서 전국노동자 대회를 연다고 예고돼 있다. 그가 ‘열사’가 된 것은 1970년이었지만, 그의 삶과 죽음이 책으로 처음 나온 것은 1983년이다. 그것은 저자 이름도 없이 ‘전태일기념관건립위원회 엮음’으로 나왔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전태일이다, 내 인생이 바뀌었다’, 그런 사람은 많다. 대학생 신분을 버리고 공장으로 들어갔던 ’70~80년대 대학생,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노동해방’을 추구하는 ‘학출노동자’ 출신이 사회 각계에 지금도 허다하다. 경남의 경우 서울대 법대, 상대 나온 장기표, 문성현 등이 대표적인 ‘전태일 맨’이다. 이제 개별 기업에서 노조 만드는 데도 목숨 걸다시피해야 하던 시절을 지나 전국 단위 노총을 넘어 노동자정당까지 만드는 세상이 됐으니 ’70~80년대에는 상상도 못한 세상이 되었다.

    〈전태일 평전〉은 일본어판이 먼저 나왔으며, 영어판도 있다. 우리의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전태일’이다. 1970년대 말, 중국에서는 등소평 주도의 일대 개방, 개혁으로 계획경제부문을 대체하는 시장경제 영역이 크게 늘어났다. 이후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뺨치는 공산당 일당 독재가 지도하는 시장경제, ‘중국특색사회주의시장경제’ 체제가 놀라운 경제성장의 성과를 이뤄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그런데 중국의 도농 간, 도시 내부 경제불평등은 세계 최악 수준이고, 중국계, 외국계 자본하의 노동문제, 실업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이런 ‘시장경제’가 발전하면, 정치도 시장처럼 다원주의, 다당제 정치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한 미국은 그런 기대가 거대한 환상임을 뒤늦게 알고, ‘자유-인권가치연대’와 함께 기술패권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가 험할수록 중국 공산당은 ‘부르주아 자유주의’ 이념을 금압하고, 인민들에게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학습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놀라운 것은 베이징대학 등 명문 대학에서 마르크스주의 학습 소모임을 하면서 마르크스 〈자본론〉이 가르치는 대로 중국 노동자들의 비인간적 현실에 눈을 뜨고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학출노동자’가 생겨나고, 민주-자주 노조를 위해 목숨을 건단다. 이들은 번역된 전태일 평전, 〈星星之火;全泰壹 評傳〉을 필독서로 읽으며 ‘자본’에 대항하여 싸우는데, 퇴학, 해고를 당하고 심지어 납치, 행방불명이 되기도 한다. 노동자-인민을 위한 마르크스주의 중국 공산당이 마르크스주의 노동운동가를 탄압하는 거대한 모순, 심각한 자기기만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시대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시장경제나 사회주의시장경제 모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사회 내부만 하더라도 자유를 추구하며 불평등이 커지고, 평등을 추구하며 자유를 억압하는 딜레마는 도처에 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청년 전태일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생각에서 배울 바가 여전히 많을텐데, 그 연구 성과는 빈약하니 대학이라는 직장조직에서도 노동문제는 대단히 많다. ‘전태일정신’이 ‘풀빵·나눔 정신’이냐, ‘투쟁정신’이냐, 논란을 벌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크리스천 전태일’이 가진 성경 이상의 절대평등 정신이 아닌가 싶다. 그의 유언 중 ‘나를 아는 나여, 나를 모르는 나여’, 그 언어 속의 인간은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자본가와 노동자, 한국인과 중국인도 차별이 없다. 주객이 분리되는 근대 인간관 너머 생사 초월 경지의 자타불이가 있을 뿐이다. 전태일재단과 전태일노동대학을 후원하고, 마산의 멸치포 들고 가서 이소선 여사 한 번 만난 게 개인적 인연의 전부지만, 나도 ‘전태일 정신 계승한다’는 얘기와 구호, 값싸게 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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