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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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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리멤버 미(REMEMBER ME)- 차상호(자치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22-11-07 19: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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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 두 번은 본 것 같다.

    멕시코의 한 마을에 사는 소년 미겔은 음악을 너무도 좋아하지만,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고조할머니와 딸 코코(미겔의 증조할머니)를 버리고 떠난 후 집안에서 음악은 ‘금기’였다. 우연히 ‘죽은 자의 땅’에 들어간 미겔의 모험이자 가족 이야기다.

    드라마 자체도 좋았지만 OST인 리멤버 미(REMEMBER ME)의 선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가사 자체가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지만, 삶이 다하고 난 그 시점인 죽음 이후에도 또 다른 삶이 이어진다는 생각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있지만,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담고 있는 멕시코 특유의 밝은 사후세계관은 신선했다.

    멕시코 고유의 명절인 ‘망자의 날(El Dia de Los Muertos)’을 배경으로 하는데,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이며, 마지막 날인 11월 2일은 공휴일이다. 멕시코에서는 망자의 날 기간 음식과 고인의 사진으로 꾸민 제단을 차리고 고인을 추모한다.

    망자의 날은 죽은 이들이 1년에 한 번 이승의 가족 혹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는 옛 아즈텍 문명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죽은 이들을 맞기 위해 제단에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에 고기와 치즈 등을 넣어 구운 엔칠라다(enchilada)같은 음식을 올리고, 특별히 ‘죽은 자의 빵’도 올린다. 고인들이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길에 꽃잎을 뿌려 놓고, 사람들은 해골 분장을 하고 축제를 연다. 죽은 이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또 그들과 함께 있음을 받아들이는 문화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임권택 감독의 1996년 영화 ‘축제’가 떠오른다. 안성기와 오정해가 주연인 이 영화는 우리 고유의 장례문화와 죽음을 앞에 둔 가족의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상복을 입고 있는 모두가 활짝 웃고 있다. 제목부터가 ‘축제’다. OST인 김수철 작곡의 ‘축제’ 역시 우리 전통악기를 활용한 곡으로 흥겨운 가락이다. 요즘에야 빈소에서 밤을 새우는 일은 많지 않지만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밤새 시끄럽게 떠들고 한편에서는 화투판도 벌어지면서 시끌벅적했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주변으로부터 더 많은 위로를 받았기에 지금 나의 슬픔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죽음 앞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냥 매일 빈소에 가서 있다가 온 것이 전부였다. 너무 늦게 있으면 또 폐가 될 새라 밤이 깊어지면 돌아오곤 했다. 장례식장에서 운구차로, 운구차에서 다시 화장장으로 아주 잠깐 관을 들었다. 멍하니 있다가 갑작스레 북받쳐서 어깨를 들썩이다 또 멍하니 있기를 반복했다. 아직 죽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를 보면서 또다시 북받쳐 오르고….

    그럼에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전과는 다르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하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일 터. 내색을 잘 하지 않은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평소 연락도 잘 하지 않던 이들이 전화로 혹은 문자메시지로 위로를 전해왔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아도 갑작스런 일에 놀라고 슬퍼했으리라. 그 마음이 고맙다. 남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어느 순간 또 까맣게 잊고 지내겠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기억해내고 함께 했던 순간을 추억할 것이다.

    차상호(자치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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