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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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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가끔은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성미경(마산대 치위생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1-07 19: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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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실을 맺어야 하는 2학기는 교육과정은 물론 국가고시와 취업, 이 두 가지와 관련된 많은 행사와 준비 등 1학기에 비해 늘 바쁘고 분주한 일상이 진행된다. 수첩에 매일매일 할 일을 가득 적어두고 체크하면서 혹시나 빠뜨린 일은 없는지 확인하며 산다. 그래도 잊고 사는 일이 있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이 안되어 생각은 했으면서도 늘 잊는다. 그래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은 주말인데도 일이 많아 훨훨 털고 떠나지 못하여 종일 집에만 있으면서 집중도 되지 않는 이 일 저 일을 동시에 하며 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 외투를 걸쳐 입고 뒷동산에 올랐다. 동산에 올라 멀리서 집을 바라보는 느낌이 묘했다. 나의 모든 것이 있고 누렸던 집이 수없이 많은 하나의 작은 창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과 그 안에서 무엇을 했나를 잊게 된다.

    사람에게는 때로 객관성이 필요하다. 집을 떠나 집을 바라보는 객관성, 일을 떠나 일을 바라보는 객관성, 관계를 떠나 관계를 생각하는 객관성, 요즘 그 객관성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이태원 참사 소식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진정한 사과를 하는 사람도 없어 소식을 접하면 더 답답하고 우울한 나날이다. 당장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닐지라도 내가 예외가 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가슴속에 화가 불이 난다.

    불은 누군가를 태우고 더 이상 탈 게 없을 때 꺼진다고 했는데 그 화가 외부로 가면 화풀이가 되고 안으로 향하면 우울증이 된다고 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보통의 일반인은 11월에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안은 채 이유 없이 누군가는 우울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화가 나거나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 다 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과에서도 중간고사 이후 줄곧 준비해 온 학술제 행사에서 장기자랑과 같은 화합의 장은 애도 기간과 맞물려 모두 취소하고 그야말로 본질적인 학술제 행사로만 진행하여 학생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았을 것이다. 누구 한 사람 질문하는 사람 없이 건조하고 담백한 행사로만 끝냈다. 길 위에 쓰러져간 꽃 같은 청춘들에게 살아남은 자로서의 미안함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함께 슬픔에 동참했다.

    살아가면서 우린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일도, 지금처럼 상상할 수 없는 슬프고 힘든 일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나는 왜 불행할까? 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일이 일어난 이후 현실에는 ‘이미’와 ‘비록’만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운명의 길을 따라 어둠 속을 걷게 될 것이고, 비록 일어나긴 했지만 극복해야겠다는 사람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정의가 있다. 지금은 비록 일어나긴 했지만 또 다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연은 느끼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위로가 필요해서 햇살 속으로 총총히 걸어 나갔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과 살랑 부는 바람, 형형색색 물들고 있는 잎들, 새소리와 아이들의 노는 소리는 일과 걱정을 덜고 그냥 위로가 되기도 한다.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파란 가을 하늘이다. 가슴을 펴고 길게 숨을 들이쉰다. 무겁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하다. 늘 이런 위로를 받으면서도 중력의 힘일까? 고개는 늘 땅을 바라본다. 바빠도 가끔은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자!

    성미경(마산대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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