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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안타까운 참사, 인파 사고 대책 세워야- 김정민(경제부 차장)

  • 기사입력 : 2022-11-01 19: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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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복판에서 믿기지 않는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핼로윈을 앞둔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20~30대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번 사고는 해밀톤호텔 옆 폭 3.2m의 좁고 경사진 골목길에 여러 방향에서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났다. 통행 방향과 밀도에 대한 통제가 안 된 데다 양 방향이 막힌 골목길 안에서 피할 틈도 없었기에 피해는 컸다.

    인파와 차량이 몰려 구급대원이 도착하는 데 시간이 지체돼 제대로 구조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사고는 국내 압사 사고로는 최다 인명 피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태원 참사가 21세기 일어난 전 세계 압사 사고 중에서 역대 9번째 규모라고 했다.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꼽힌다. 모든 대형 재해나 사고를 비춰 보면 하인리히의 법칙(1:29:300)과 맞물린다.

    이 법칙은 미국 하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7만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내용으로,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반드시 먼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법칙이다. 산업재해 중에서도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을 것이란 것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 역시 다르지 않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핼러윈이 큰 축제로 자리 잡은 데다 3년 만에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된 주말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견됐기 때문이다.

    실제 참사 전날에도 수만 명이 몰리면서 인파에 떠밀려 넘어진 사고도 있었다는 목격담이 잇따랐기에 대규모 인파에 대비한 안전 관리 대책이 필요했다. 주최가 특정되지 않는 길거리 행사였다고 하더라도 경찰과 정부가 사전에 대비하고,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압사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방 분위기를 타고 놀이공원이나 각 지역 축제 행사장에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기에 걱정이 앞선다.

    각 학교마다 수학여행 코스로 잡은 놀이공원에서는 하루 종일 기구 하나 밖에 탈 수 없을 정도로 치이거나 간식을 사기 위해 30분 이상 줄서는 일이 예사고, 축제장에서도 관광객들끼리 떠밀리면서 부딪쳐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과 달리 행사 주체가 있는 곳에서도 수익에 매몰된 나머지 인구 밀도 대비 출입 통제나 안전 관리 인원 투입 등의 조치가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에 각종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1월 5일 밤 24시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행사장 뿐 아니라 공연·축제장을 다시금 점검하고, 압사 사고에 대비한 안전 지침 등 사고 방지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했으면 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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