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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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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낚시- 이동배

  • 기사입력 : 2022-10-27 10:30:30
  •   

  • 긴 장대에 낚싯줄 매고

    찌 끼우고, 바늘을 달면

    낚시 준비 끝.


    할아버지 따라

    선창가에 앉아

    바늘에 기다란 지렁이 미끼


    맛있는 먹이로

    “물어라! 물어라!”

    꼬우고 꼬아도

    찌는 꼼짝하지 않아요.


    투덜대는 내게

    할아버지는

    세월을 낚는대요!


    세월이

    지렁이 미끼를 물어요?


    ☞할아버지 곁에 낚싯대를 꼭 쥐고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꼬물거리는 지렁이 미끼는 아이가 직접 끼웠을까, 할아버지에게 끼워 달라고 했을까. ‘물어라 물어라 꼬우는’ 아이의 조바심이 독자의 눈에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암만 꼬드기고 기다려도 낚싯대는 움직이지 않고, 아이는 왜 이렇게 물지 않느냐고 투덜거릴 것이다. 이때 하는 할아버지의 대답은 한결같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위해선 그 아리송한 세월이 미끼를 덥석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강태공은 문왕을 만나기 전에 매일 미끼도 끼우지 않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고 한다.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은 문왕을 만난 뒤에 주나라의 건국을 돕고 제나라의 왕이 되었다. 저마다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요즘의 많은 강태공들. 세월아, 이제 맛있는 지렁이 미끼를 좀 물어주렴.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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