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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업주부의 퇴직은 없는가 - 박금석(전 하동부군수)

  • 기사입력 : 2022-10-25 2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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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6월 16일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됨에 따라 가사도우미도 앞으로 퇴직금을 받게 된다.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가사도우미는 퇴직금을 받고 전업주부에게는 아예 없다. 퇴직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그럼 전업주부에게는 퇴직제도가 없는가. 생의 마지막 날까지 가사노동을 해야만 할까.

    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부부 중 72%가 맞벌이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는 전업주부 비율이 75%로 높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 시대 돌입 이후 황혼 이혼, 졸혼이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참고 살아온 인고의 폭발 등 많은 사유가 있겠지만 은퇴 이후의 갑작스러운 환경변화가 아닐까 싶다.

    사전에 은퇴 준비를 철저히 해온 사람은 부부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될 것이다. 반면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은퇴한 사람은 배우자와의 갈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아내의 행동반경에 남편은 침입자가 되어 버린다. 즉 남편은 아내에겐 성가신 존재가 될 뿐이다.

    아내가 어느 날 곱게 치장하고 외출하자 나이 70이 다 된 남편이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가 남편의 눈 티가 반 티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이후로는 남편은 밥이며 밥, 빨래며 빨래 등 자발적으로 가사노동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편 스스로 생존전략을 세웠던 것이었다.

    전업주부의 퇴직이 제도적인 시행은 불가능하겠지만 가정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즉 ‘전업주부의 명예퇴직제’를 도입해보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배우자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실천방안으로 남편의 적극적인 가사 분담 이행과 아내의 다양한 여가생활 지원 등이다. 남편의 가사 분담 실천안으로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좋겠다. 쓰레기 분리배출, 청소하기, 커피 타기 등이 무난할 것 같다. 아내의 여가생활을 위해서는 국내외 여행은 물론 등산, 골프 등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운동은 필수적이다. 또한 아내가 각종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줘야 한다.

    필자는 1년 전쯤에는 거의 불안한 삼식(三食)이였지만, 이젠 떳떳한 삼식(三食)이 수준이 됐다. 일식(一食) 정도는 필자가 직접 아내를 위해 만든다. 요란한 구호보다 조그만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이 중요하고 지금이 행복해야 한다. 물론 내일이 오지만 내일의 행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라도 ‘전업주부의 명예퇴직제’가 필요하다. 이 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내와 남편은 ‘진정한 동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아내와 남편은 앞으로 30~40년을 같이 가야 할 둘도 없는 친구이자, 연인이다. 어느 누가 아프면 서로의 팔과 다리가 돼줘야 한다.

    전업주부의 퇴직제도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거창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사소하고 조그마한 것이 감동을 준다. 깊은 샘물이 갈증을 잘 풀어주는 것처럼 작은 행복이 큰 행복을 만든다. 아내를 웃게 만들자. 아내의 얼굴 주름이 하나 더 생기기 전에.

    박금석(전 하동부군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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