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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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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풍수가 살아있는 수승대와 황산마을

  • 기사입력 : 2022-10-21 0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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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경상남도 거창군은 동쪽으로는 합천군, 서쪽으로는 함양군, 남쪽으로는 산청군,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김천시와 전라북도 무주군에 접하고 있다. 지명 거창은 넓고 큰 밝은 들이란 뜻이다.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에 영남 제일의 동천(洞天·아름다운 숲과 맑은 물로 둘러싸인 경치가 뛰어난 곳)인 수승대(搜勝臺)와 거창신씨 집성촌인 황산마을이 있다. 본래 수승대는 국력이 약했던 백제의 사신이 신라로 가면 초주검이 돼 돌아오거나 영영 돌아오지 못한 까닭에 돌아오지 못함을 근심한 곳이라 해서 수송대(愁送臺)라 했다가 퇴계 이황이 이름이 부드럽지 못하다며 음이 같은 수승대라 고칠 것을 권하는 명명 시를 요수 신권에게 보낸 것이 바뀌게 된 지명의 계기다. 그러나 ‘빼어난 경치를 보면서 모질고 거센 세상의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는 곳’이라는 뜻으로도 보는 수송대 또한 의미 있는 지명이다.

    아무튼 수승대 양 갈래의 모태산은 필봉(筆峰)과 호음산(虎音山)이다. 이름 그대로 붓 형상의 산과 호랑이 울음소리가 나는 산이라는 뜻이다. 공부하고 수양하는데 붓과 호랑이는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신권은 1529년(중종 24)에 수승대 일대를 학문을 갈고닦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구연재(龜淵齋·구연서원)와 요수정(樂水亭)을 건립했다. 또한 냇가에 있는 거북 형상의 바위를 암구대(岩龜臺·거북바위)라 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었으며 흐르는 물을 막아 보를 만들어 구연(龜淵·거북 연못)이라 이름 지었다. 바위 둘레 면 곳곳에는 퇴계 이황의 시를 비롯해 거창 지방의 선비였던 갈천(葛川) 임훈의 시 등 옛 풍류가들의 시가 빽빽이 새겨져 있다.

    학문을 닦든 수양을 하든 정신 집중은 필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화강암이나 화성암, 변성암 같은 바위는 자철광 성분을 품고 있어 정신을 맑게 해 목표하는 바를 이루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바위가 관수루(觀水樓·구연서원의 문루)를 때리는 흉풍(凶風)을 막아주고, 소나무를 등에 진 거북바위와 세필짐(洗筆朕·흐르는 물에 붓을 씻는 곳), 연반석(硯盤石·먹을 갈던 곳), 장주갑(藏酒岬·자연석 술동이로 술을 부어 놓은 곳)이 있는 너럭바위가 정신을 가다듬게 한다. 이들 모두 화강암이다. 물과 나무 또한 학문과 수양에 바위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낙동강의 제2지류로 황강(낙동강의 제1지류)으로 흘러드는 위천은 수승대를 굽이쳐 흘러가는 하천이다. 필봉에서 뻗은 지맥인 성령산과 호음산에서 뻗은 지맥인 부종산의 수림과 위천의 중앙에 우뚝 서있는 소나무 군락은 냉하고 세찬 계곡풍과 살기(殺氣)를 막아 생기(生氣)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바람이 순화되면 물의 흐름도 부드러워지고 생기도 모이게 된다. 수승대의 바위와 물과 나무는 지력을 북돋우고 흉풍과 흉살을 막는 비보(裨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수승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황산마을이 있다. 황산마을은 18세기 중엽에 황고(黃皐) 신수이(愼守彛)가 입향하면서 번창한 거창신씨 집성촌으로 마을 중앙에 위치한 신씨고가와 홍살문이 있는 황강고택 같은 지정문화재를 비롯해 한산댁, 종가댁, 회화나무(학자수)가 있는 소석정 등 25여 채의 유서 깊은 기와집들이 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은 활처럼 휘어져 생기가 유출되지 않게 하며, 집안으로 바람이 곧장 치지 않도록 한다. 토석담인 황산마을의 담장 하부는 사춤공사(틈을 진흙으로 메우는 일)를 하지 않고 자연석을 메쌓기(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석재 만으로 쌓는 것) 방식으로 쌓았다. 이는 도로보다 높은 마당의 빗물을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내보내 음기(陰氣)를 제거할 수 있다. 담장의 높이는 1.5m 정도로 생기는 가두고 살기는 막는 이상적인 높이다. 황산마을은 호음산의 정기를 받아 땅심이 응집된 곳이다. 게다가 위천과 위천으로 합류하는 대정천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더더욱 마을의 지기(地氣)를 강화시키고 있다.

    마을을 들어서면 수령 6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노거수(老巨樹·수령이 많고 커다란 나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을의 지기가 뛰어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황산마을은 풍수가 살아있는 전통마을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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