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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카카오 사태, IT 기업에도 필요한 ‘되돌아보는 시간’- 황진혁(작가)

  • 기사입력 : 2022-10-20 19: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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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 며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화젯거리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원인으로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다음, 멜론, 카카오T, 카카오맵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장시간 작동을 멈췄다. 여기저기에서 일상생활의 지장과 업무 불편에 관한 호소가 많이 들렸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에서는 자사 앱 ‘라인’을 홍보하고 나섰다. 앱스토어에는 라인이 인기 차트 1위에 올라 있었고, 또 다른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보다도 앞선 순위를 기록했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라인 사용을 권하는 지인들이 많을 만큼 인기도를 체감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금껏 검색포털 1위로 급진적인 성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어린이 포털 ‘주니어 네이버’와 사용자 간의 지식 교류가 가능한 검색 서비스 ‘지식IN’ 등의 신선한 시도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신선한 시도와 함께 운도 혼재했는데, 그중 하나가 국내 최초의 이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을 이용하던 다음 유저들이 네이버로 대거 이동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002년 다음이 이메일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온라인 우표제’를 시행하면서 부터다. 이 아이디어 하나로 다음은 지금까지 네이버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대형 경영 실책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다음과 합병한 그 카카오의 악재로 네이버는 또다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카카오는 이용자 불만과 동시에 지난 논란들까지 거론되며 이미지 실추를 겪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자사 앱 ‘라인’의 적극적인 홍보로 카카오톡을 대신할 메신저 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가 노출했던 광고 문구는 사실상 카카오톡을 겨냥했다는 시선이 많았지만, SNS에서는 의외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카카오에서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계속적인 복구를 진행하고는 있다. 하지만 향후 계속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이어진다면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매출 상승 성과를 거두어온 거대 기업일지라도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사례 하나를 들자면 한때 SK컴즈의 네이트는 여러 포털 사이트를 인수·합병하고, 이와 함께 같은 계열사 서비스 멜론을 통해 싸이월드 미니홈피 음원을 제공하면서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여러 악재가 거듭돼 쇠락하고 말았다. 당시 전문가들의 분석은 ‘몸집은 키웠으나 효과는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그 네이트는 다음의 검색엔진에 의존하고 있으며, 본래 SK 계열사에서 만든 멜론 역시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정치권에서는 ‘디지털 정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여러 IT 전문가들은 카카오에 이제 지나친 성장보다는 오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동안의 IT 역사를 모를 리 없는 카카오에서 지금까지의 ‘카카오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하루빨리 다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사람도 가끔은 되돌아보는 지난 시간이 자신을 탄탄하게 하듯, 빠르기만 한 온라인 세상도 탄탄해지려면 추진하는 전략만큼의 대응과 개발한 만큼의 보완이 필요할 테니까.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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