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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힘들 땐 힘들다 해도 괜찮다-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0-19 19: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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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이후 이제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마스크를 벗는 일상에 대한 걱정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먼저는 마스크의 방역 위력을 알게 돼 대중이 많은 장소에 가면 스스로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게 됐다. 심리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두려움도 생겼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보호하는 심리적 마스크도 존재한다. 바로 ‘멀티 페르소나’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쓰는 ‘가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이제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 밖으로 내놓는 공적 얼굴’을 뜻한다. 우리는 학교, 직장에서 상황에 맞는 역할을 요구 받으며 때로는 갈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쓴다.

    이런 페르소나는 가면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있는 다양성이다. 상황·역할에 따라 모습은 다양하게 변하지만 원래 자신의 모습들 중 하나이다. 즉 멀티 페르소나는 역할별로 사회적 인격이 바뀌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가식이나 속임수가 아니다. 건강한 페르소나는 대인관계의 갈등을 막아주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4명 중 3명은 일상과 다른 모습의 가면을 쓰고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Z세대는 개인 특성과 다양성 그리고 워라벨을 중시하기 때문에 멀티 페르소나는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멀티 페르소나로 인격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는 확장됐지만, 정체성의 뿌리는 약해졌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문제는 SNS에서 볼 수 있다. 동일 인물이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의 모습이 다르고 트위터에서는 또 다른 정체성을 보이는 경우이다. 이런 사회 속의 정체성 문제를 ‘거울단계’라 한다. ‘거울단계’ 이론은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제안한 개념으로 어린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지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할 때 타인과 세상의 평가를 거울삼아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욕구’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언론 매체에서 특정 이슈나 사건에 대해 대중의 반응이나 전문가의 평가에 민감해 하는 경향도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으려는 욕구이다. 타인의 평가와 팔로우 수를 의식해 SNS에 과도하게 자신을 부풀리거나 현실과는 다른 이상적인 모습만 보이는 ‘디지털 허언증’도 가짜 페르소나이다.

    최근 상담 예능프로그램 ‘금쪽 상담소’에서는 아이돌 스타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고백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긍정적인 모습의 페르소나를 쓴 것이다. 특히 취업난과 불안한 경제 전망으로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까, 부족한 모습을 들키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애써 긍정적 모습만 보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바람직하고 밝은 모습도 ‘나’이지만 힘든 모습, 부족한 모습도 역시 ‘나’이다. 자크 라캉은 거울에 비친 나는 ‘진짜’ 나일 수 없다고 한다. 진짜 내가 되는 첫 단계는 ‘이상적인 내 모습’이 아닌 ‘진짜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곧 다가올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일상을 준비하면서, 심리적 마스크를 벗고 때로는 민낯을 보이는 연습을 함께해 보면 어떨까? 힘들 땐 힘들다 해도 괜찮다.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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