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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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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초록기자세상] 마산의 숨은 보물, 습지 ‘진동천’의 가치

최윤지 (마산삼진고 2년)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 주요 서식지로
환경·생물다양성 우수해 보존가치 높아

  • 기사입력 : 2022-10-12 0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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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의 대표적인 습지라면 대부분 주남저수지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마산의 봉암갯벌의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동천은 누구에게나 생소한 습지이다.

    진동천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정현리의 봉화산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흘러 진동만으로 유입되는 하천이다. 람사르 초록기자단이자 학교 환경동아리 ‘초록지구’의 멤버인 필자는 인근의 생물다양성 연구 활동을 위해 올해 4월부터 매달 진동천을 조사하고 있다.

    진동천의 기수갈고둥. 돌에 붙어 있는 작고 검은 것들이 모두 기수갈고둥이다.
    진동천의 기수갈고둥. 돌에 붙어 있는 작고 검은 것들이 모두 기수갈고둥이다.

    매달 한 번은 진동천을 방문해 생물다양성을 파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첫째, 진동천 하류지역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생물다양성이 아주 풍부하다는 것이다. 소리쟁이와 유채, 개밀아재비, 갈대 등 일반적인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상식물은 물론이고 갯질경, 해홍나물, 가는갯능쟁이 등 염생식물들도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기수갈고둥과 알
    기수갈고둥과 알.

    물속을 들여다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및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는 기수갈고둥이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수갈고둥은 크기가 10~15㎜ 정도로 아주 작고 동글동글하며, 갈색 바탕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각형 모양의 노란색과 검은색 반점이 보인다. 기수역의 수심 50㎝ 이내의 얕고, 수질이 깨끗하며, 자갈이나 돌과 고운 모래가 섞인 유속이 느린 곳에서 서식하며, 주로 자갈과 바위에 붙어 지낸다. 늦은 봄부터 여름철에 돌 표면에 하얀 타원형의 알을 낳아 번식한다는데 운이 좋게도 알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기수갈고둥은 서식 범위가 제한적인 탓에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훼손될 경우 생존에 큰 위협을 받게 된다고 한다.

    기수갈고둥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수달의 배설물도 발견했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도 볼 수 있었다.

    둘째, 진동천은 여러 차례에 걸친 하천 공사로 인해 예전의 모습은 알아보기 힘든 상태에 놓여 있다. 연구에 조언을 얻기 위해 강사로 초빙한 백호경(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선생님으로부터 진동천의 양쪽 장벽이 여러 번에 걸쳐 높아졌다는 것을 듣고 추가 자료 조사 결과 장마철만 되면 상습적으로 침수돼 피해가 발생해 2017년 수해복구공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수해로부터 안전해졌지만, 공사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생물다양성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중류와 하류에 공장과 주거지역이 인접하여 추가적인 오염 가능성도 높아 방심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하천이지만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보존 가치가 어마어마한 습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셋째, 공장과 주거지역이 인접함에도 여전히 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는 수질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용존산소량(DO)과 전기전도도, 산성도,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등의 수질오염정도 지표를 측정기를 활용해 측정한 결과 수질이 매우 양호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수풀 속에 간간이 버려진 생활 쓰레기를 찾을 수 있었지만, 도심에 있는 다른 하천에 비하면 쓰레기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최윤지(마산삼진고 2년)
    최윤지 (마산삼진고 2년)

    거의 반년에 걸친 진동천 현장 조사를 통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알게 된 진동천의 보존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이 기사를 쓴다.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기수갈고둥이 대량으로 번식하는 장소임에도 국내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 환경단체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진동천의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윤지 (마산삼진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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