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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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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명절 단상-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9-06 1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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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집으로 제사를 모셔 왔다. 엄마는 상을 차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장을 보고 밑손질을 했다. 음식하는 날엔 밤새 잠을 설친 채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손님을 맞았다. 덩달아 엄마를 도우며 차례상 차리기의 고단함을 일찍 알았다. 결혼 후 시댁 큰집은 더 많은 일가 친척들이 모였다. 일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친인척과 부대끼는 일은 시간이 흘러도 어렵고 불편했다.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친정엔 명절 차례를 없앴다. 올해부터는 제사도 절에 모셨다. 수십년간 노고를 아끼지 않은 며느리들을 위함이다. 시댁 큰집도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명절에 모이지 않았다. 사촌에 육촌까지 시끌벅적 명절 특유의 북적거림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색하고 아쉬운 마음 한편으로 명절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내심 반기는 마음도 있었다.

    ▼사람들은 지난 2년간 경험하지 못한 강제적 ‘비대면 명절’이 장점도 많았다고 말한다. 일단 귀성전쟁에 시달리지 않고 도로에서 보내던 시간을 여행이나 개인, 가족간 시간으로 오롯이 즐기게 됐다. 전 부치고, 손님 맞이하고, 끼니 때마다 식사를 챙기는 명절 가사노동 걱정도 덜하게 됐다. 연휴에 온전히 쉬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 것이다. 평소 교류가 잦지 않은 친척들의 ‘잔소리’가 줄어 마음이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3년 만에 거리두기가 사라진 첫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여전히 우리 곁에 코로나가 있지만 인원 수에 구애받지 않고 온 가족과 친지가 함께 모여 예전같이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명절의 변화가 시대와 맞물려 지속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겪어온 명절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달라질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쌓여있는 설거지 그릇들을 보며 한숨 쉬고 투덜거렸던 시간도, 친인척과 함께하던 불편한 듯 정겨운 시간도 어쩌면 ‘그땐 그랬었지’하며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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