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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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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프냐? 나도 아프다!- 한삼윤(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2-09-04 19: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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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누구나 가정, 직장, 사회단체 등 크고 작은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 간에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걸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문장이다.

    ‘공감능력’이 ‘동고동락(同苦同樂)’을 이끌어낸다. ‘따로’인 개체가 ‘하나’인 전체로 살아가는 이유다.

    남아프리카 반투족의 말 중 ‘우분투(UBUNTU)’라는 것이 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란 뜻이다. 이곳 원주민들의 삶에 녹아있는 생활철학이자 습관이다.

    한 인류학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현장 실험을 했다.

    큰 나무 밑에 미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준비해 두고, 거기까지 뛰어가는 달리기 시합을 벌여, 가장 먼저 도착한 아이에게 그 과일을 통째로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이 일렬횡대로 서로 손잡고 한꺼번에 들어왔다. 이때 일제히 외친 함성이 바로 ‘우분투’다.

    한 아이의 말이 걸작이다. “만약에 제가 일등으로 도착을 해서 그 과일을 가지게 되었을 때 나머지 친구들이 슬퍼한다면 어떻게 제가 기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나 아닌 요소’로 이뤄졌다.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일언(一言)으로 종신토록 행할 만한 것이 있는지” 묻는다. 이에 공자는 “서(恕), 그 한 마디일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고 했다.(위령공편)

    공자는 제자 중궁의 인에 대한 질문에서도 같은 대답을 했다.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그리하면 나라에서도 원망 받는 일이 없을 것이며 집에서도 원망 받는 일이 없을 것이다.”(안연편)

    공자의 어록인 논어의 핵심은 바로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다. ‘내가 당해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런 단순한 말 속에 ‘관계의 철학’이 들어있다.

    한삼윤(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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