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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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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측근(側近)-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8-31 20: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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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정조에겐 홍국영이라는 측근이 있다. 정조는 “만약 경(홍국영)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었겠는가”라고 말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홍국영은 도승지, 훈련대장 등 여러 직책을 겸했다. 도승지 정3품, 훈련대장 종2품이었지만 정승과 판서를 뛰어넘는 힘을 과시했다. 결국 정조의 후계 문제까지 좌지우지하려다 몰락한다. 29살부터 약 3년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에 있던 그는 33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다. 울화병이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범려는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책사다.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고 춘추시대 마지막 패자에 등극하게 했다. 구천은 가장 큰 공을 세운 범려와 문종을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범려는 사양했다. “공(功)이 많으면 화(禍)가 뒤따라온다”며 제나라로 떠난다. 문종에게도 피신하도록 충고했다.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곳간에 처박히고,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고 했다. 머뭇거리던 문종은 구천에게 반역을 의심받고 결국 자결한다. 사기에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기록돼 있다.

    ▼측근(側近)은 특정인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이다. 정치적 의미를 가미하면 ‘권력자의 사적인 신임을 받는 사람’ 정도로 볼 수 있다. 측근은 운용의 묘를 발휘하면 훌륭한 수단이다. 권력자의 보이지 않는 손과 발이 된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과 과도한 신임이 쏠리면 오히려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이른바 ‘윤핵관’은 공신으로 부상했다. 정권 실세 중 실세라는 의미다. 한데 최근 이들로 인해 여당이 대혼란에 빠졌다. 친윤계 주도로 전환한 비상대책위 체제는 법원에서 무력화됐다. 실각한 전직 대표는 “토사구팽 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실세 원내대표는 사퇴 갑론을박의 중심에 섰다. 권력의 부침은 역사가 이미 그 결말을 알려주고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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