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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염치(廉恥)-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8-29 20: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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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흔히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염치없는 사람’이라 부른다. 사람과 동물이 다른 것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다. 자고로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은 염치를 모르고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염치’(廉恥)란 예의나 품위를 지키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으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가치를 말한다. 공자는 중용 편에서 학문을 좋아하는 일은 지혜의 이치에 가까우며(好學近乎知), 실천에 힘쓰는 일은 어짊의 도리에 가깝고(力行近乎仁), 부끄러움을 알아내는 일은 용기의 실현에 가깝다(知恥近乎勇)고 했다. 맹자는 공손추 편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의 저자 이주연이 ‘어떤 양형 이유’의 저자이자 현직 판사인 박주영씨에게 ‘염치’에 관해 물었더니 법원을 가리켜 ‘염치없는 사람들의 집합소’라고 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파국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법정으로 와보라고 했다. 자신이 범한 죄를 분명히 알아야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며 ‘염치는 반성으로 가는 문’이라 표현했다.

    ▼한국의 정치판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나, 성 상납 의혹으로 이준석 여당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당하는 것이나 하나같이 낯 뜨거운 일이다. 여기에 징계 후 입장을 밝힌 이 대표를 두고 나경원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사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것이 염치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한단 말인가. 모두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몰염치, 파렴치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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