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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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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행운에 속지 마라- 김종열(전 농협밀양시지부장, 에세이스트)

  • 기사입력 : 2022-08-29 2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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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인 부부와 함께 파크골프를 한다. 휴일이거나 여유 있는 시간이 있을 때 하는 일이다. 잔디 위를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공도 치면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좋은 운동이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부부끼리 편을 하여 게임을 하는데, 어럽쇼, 상대방 남편이 홀인원을 한다. 밥 사야겠네. 어쩌고 하면서 다음 홀에 들어선다. 또 어럽쇼, 이번엔 상대편 부인이 홀인원한다. 비싼 거 먹어야겠네. 어쩌고 하며 라운딩을 마친다.

    며칠 뒤, 그때의 원수를 갚겠노라며 홀인원 부부와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내심 ‘오늘은 우리 부부 중 누군가는 홀인원하겠지’하는 기대심을 품고. 그러나 행운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상대방 남편이 또 한다. 홀인원. 그 불공평은 다음 라운딩까지 이어져 상대방 부인이 또 홀인원을 한다. ‘왜 행운은 저 집만 찾아가지?’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를 든다. 그러다 퍼뜩 ‘행운에 속지 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행운이 아니라 확률에 가깝고, 더 깊이 생각해보면 노력에 가깝다. 우리 부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파크골프장에서 보냈고, 훨씬 많은 공을 쳤으니 실력도 나을 테고, 홀인원이라는 행운을 가질 확률도 높았음이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주변을 보면 행운에 속는 경우가 많다. 처음 투자하는 주식에서 얼마를 벌고는 기어코 투자한 돈을 다 잃어버리는 일부터, 여행지 카지노에서 얼마를 따고는 그 역시 기어코 처음 시작한 돈까지 다 잃는 일, 손해 볼 것 없을 것 같은 복권 당첨의 경우까지. 반대로 행운이 따르는 사람도 있다. 다른 가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맛 같은데 손님이 북적이고, 별 다른 노력을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사업이 번창하며, 일 하는 게 매 일반인 것 같은데 승진을 빨리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사람들의 행운은, 조금 더 나은 맛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사업 번창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며,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도 좋아서 따르는 행운임을 알 수 있다. 행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행운에 속지 않고 행운을 만들어 가는 것. 지혜로운,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

    김종열(전 농협밀양시지부장,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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