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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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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 양진석(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경남부회장)

  • 기사입력 : 2022-08-29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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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한창 흥행몰이 중인 영화 ‘한산-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적에게 대승을 거두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영화의 일부분에서는 ‘학익진’을 준비하면서 장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런 준비 덕분에 이순신 장군은 대승을 거둘 수 있었는데 이는 그가 평소에 강조한 유비무환 정신 덕분이었다. 유비무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선조가 부산 앞바다로 나가 싸우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의 작전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 32전 32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 유비무환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성장했다. 그 당시 ‘한국전쟁 6·25 유비무환 교훈 잊지 말자!’구호처럼 표어에 ‘유비무환’이라는 단어가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 ‘어떤 일이든지 미리 대비해 두면 걱정할 일이 없다’라는 뜻으로 남북 분단 상황의 국민들에게 제2의 6·25 전쟁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이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한산-용의 출현’을 보는 중에 확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이 학익진을 준비하는 부분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들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자연, 기후 재난과 재해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유비무환 정신이 더욱 필요하다. 최근 유럽은 폭염과 산불, 남미는 폭설, 중국은 가뭄 등으로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겪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도로망이 무너지는 재해를 당했다. 이럴 때일수록 전 세계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해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사회재난, 자연재난의 발생이 빈번해지는 요즘 기업의 재해 경감 활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7년에 제정됐지만, 아직도 대다수 기업들의 재해 경감 활동은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재해 경감 활동 관리 체계를 구축해 업무 영향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평가해 사업 연속성 전략을 세워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이 지속적으로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재해 경감 활동 관리 체계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통합적인 위기 대응 체제를 확립하고, 기업의 손실을 줄임과 동시에 이해 관계자들의 이탈 방지와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치명적 업무 손실로부터 기업의 사업 활동을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도 이러한 재난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국가나 기업은 최고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따라서 최고관리자는 재난과 재해를 대비해야 한다. IMF 때 대우, 기아 등의 대그룹들이 최고관리자의 상황 판단 착오와 의지 부족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봐왔다. 이제는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크게 보면 최고관리자의 이러한 실수도 재해다. 어느 누구보다 최고관리자의 재해 경감 활동에 대한 인식과 실천 의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인간 세상처럼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상황에서는 문제를 넓고 큰 맥락에서 보는 것이 재앙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유비무환의 자세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전승의 결과를 이루어낸 것처럼 부지불식간에 닥쳐올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관리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이 솔선수범해 늘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진다면 국가와 국민에게 선순환돼 불시의 재난이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진석(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경남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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