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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직업 주기-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8-25 19: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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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국제통화기금)가 닥쳤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9급 공무원 또는 경찰 순경은 대학 졸업자들에게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직업군이었다.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연봉 1500만원에서 1800만원을 받는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생들은 “정말 할 게 없으면 공무원이라도 하지”라는 농담 섞인 대화를 자주 할 정도였다.

    ▼대학생들에게 공무원의 인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 같다. 기업들의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사회화되면서 일자리는 아예 없었고 “정말 할 게 없으면 공무원이라도 하지”라는 말은 점점 현실화됐다. 9급 공무원 모집에 국내 명문대 졸업생들까지 몰리기 시작했고 아예 대학 1학년 때부터 공무원을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직업군에 대한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경쟁률은 치솟았다.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으로 공무원이 상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요즘 공무원의 인기가 많이 식었다. 최근 경남도 지방공무원 경쟁률은 9대 1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7년 19대 1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20~30대 인구 감소와 높아진 업무 강도, 상대적 저임금 등 복합적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료사회에 얽매이기 싫은 MZ세대의 틀에 박힌 일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이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공무원 월급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공무원 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창원의 한 8급 공무원의 “월급 180만원 받아서 결혼하고 아이 낳겠습니까?”라는 하소연은 한편으론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6급 공무원을 하고 있는 한 지인은 “내 아이들은 절대 공무원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보다 외벌이로 월급 받으면 손아귀 모래알처럼 빠져나가 모을 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선호하는 직업군이 또다시 뒤바뀌는 주기가 벌써 온 것인지 분위기가 심상찮다.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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