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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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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장 필요한 혼수(婚需)- 최미래(소설가)

  • 기사입력 : 2022-08-25 19: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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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비전이나 SNS를 통해 보면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오은영 박사로 보인다. 특히 부모의 선에서 해결이 잘 안 되는 약간의 문제성(?)을 보이는 아이에 대해, 박사가 심리상담하면서 보여주는 통찰과 처방은 감동과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문제되는 부분이 상담으로 인해 마침내 해결되는 장면을 보면서 ‘문제 부모가 있을 뿐 문제 아이는 없구나’ 하고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그런 깨달음과 함께 내 관심사는 박사의 그런 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거다. 내 결론은, 그런 부분은 타고난 일면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 분야의 오랜 공부에서 나올 거라는 것이다.

    대개 어떤 전문적인 일을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자격증의 격에 따라 적게는 수개월부터 많게는 수년에 걸쳐서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면서도 어려운, 그래서 꼭 필요한 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공부는 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때때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신분석가나 심리상담가에 의하면, 부모의 양육방식은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특히 어렸을 때 부모와 맺은 관계는 무의식에 저장돼 평생 깊고 넓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환경은 마음을 만들어내는 주체이니 그것은 너무나 지당한 말일 것이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각자 아이에게 맞는 성숙한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런 사랑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박사 같은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몸과 정신이 건강한 자녀로 키울 수는 있을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인생에 견고하고 행복한 디딤돌이 돼야지 무지로 걸림돌이 돼서야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결혼할 때 그 어떤 혼수보다도 가장 필요한 혼수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책들 말이다. 그 책들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할 때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면, 행복지수가 높은 가족이 될 것은 지극히 자명한 사실이다.

    최미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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