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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갈라치기- 김용훈(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8-24 20: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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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에서 갈라치기는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쓰는 전략이다. 세력을 두 갈래로 나눠 커지는 것을 제한하면서 그 틈을 노리는 공격 전술이다.

    ▼갈라치기는 원래 바둑 용어였지만 정치권에서도 흔히 통용되고 있다. 통치권자나 정치인들에게는 필수 전략이 돼버린 것 같다. 당장 지난 대선에서 선거 이슈를 떠올려보자. 정책이나 정치 철학에 대한 대결보다는 진영 싸움이 극에 달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남녀의 갈등을 유발하는 젠더 갈라치기가 이용될 정도로 편 가르기는 어느 때보다 심했다. 늘 그래왔지만 갈라치기는 정치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갈라치기는 집단 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간책이다. 가령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에게 경찰대 출신의 승진 독식 문제를 꺼내 드는 식이다. 일단 갈등 프레임을 짜고 나면 갈등이 증폭될수록 당초 본질이 됐던 사안은 묻힌다. 이러한 갈등 프레임은 선거 국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또 상대와의 싸움에서 메시지를 놓고 논하기보다 메신저를 공격해 네 편, 내 편을 가른다. 상대까지 진흙탕 싸움에 끌어들이면서 당초 쟁점이 됐던 사안은 실종된다. 진실에 대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확증편향과 편 가르기만 남는다.

    ▼어찌 너와 내가 같을 수가 있는가. 너와 나는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갈라치기로 인해 상대는 다른 존재가 아닌 틀린 존재가 된다. 반면 자기 편의 어떤 실수나 과오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진다.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는 객관적 사고에 눈을 멀게 한다. 국제사회의 이권 경쟁과 실리 추구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국내 정치인들은 갈라치기에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민생 안정과 더불어 국제사회를 헤쳐 나가기 위한 묘수를 찾아도 모자랄 판에 그러한 갈라치기 다툼이 도대체 무슨 실효가 있는가. 딱 하나는 있겠다. 갈라진 그 틈으로 무능력과 과오를 감추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겠다.

    김용훈(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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