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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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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74)

- 떠나다, 마중, 녹이다, 박다, 저의, 걸음

  • 기사입력 : 2022-08-17 07: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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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38쪽부터 3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38쪽 셋째 줄에 ‘8시에 떠났다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한다면 ‘8시에 출발했다는’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출발하다’는 말을 많이 쓰고 눈과 귀에 익어서 그렇지 옛 배움책에서 한 것처럼 ‘떠나다’는 말을 많이 썼다면 오늘날 배움책뿐만 아니라 나날살이에서도 많이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줄에 ‘마중’이라는 반가운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잘 아시다시피 ‘오는 사람이난 물건을 예의로 받아들이다’는 뜻을 가진 ‘맞다’에서 나온 말로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함’이라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입니다. 맞서는 말로 ‘배웅’이라는 말이 짝이 되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와 아랑곳한 말 가운데 자주 쓰는 ‘환영(歡迎)’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좀 쉽게 다듬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자로 ‘기쁠 환’과 ‘맞을 영’이기 때문에 한자 뜻을 그대로 풀어 ‘기쁨맞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사람을 맞이할 때 반갑게 맞이한다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반갑맞음’ 또는 ‘반갑맞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녹여서’라는 말도 반가웠습니다. 우리가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자주 보는 말은 ‘철(鐵)’과 ‘용해(鎔解)’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서는 ‘철판’이라는 말을 썼지만 ‘용해해서’라는 말을 쓰지 않고 ‘녹여서’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는 ‘쇠’라는 말이 나와서 좋았지만 ‘철판’도 ‘쇠널’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셋째 줄에 ‘단기 4278년’이 나오는데 이를 놓고 볼 때 이 배움책을 만들 때는 단기를 썼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줄에 ‘박은 날’이라는 말도 있는데 요즘에는 만나기 어려운 말이라서 더 반가웠습니다. 아시다시피 ‘박다’는 ‘인쇄물이나 사진을 찍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래서 보시는 바와 같이 옛날 배움책에서는 ‘박은’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인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박음’이라는 말을 살려 쓰면 좋겠습니다.

    기쁠과 앞서 나온 적이 있어서 생각이 나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요즘 책에서나 나날살이에서 많이 쓰는 ‘계산(計算)’이 아니라 ‘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암산(暗算)’이라고 하지 않고 ‘속셈’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필산(筆算)’은 ‘붓셈’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말은 요즘 배움책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말이지만 옛날 배움책에서는 썼기 때문에 뒤를 이어서 만든 배움책에서도 이런 말을 썼더라면 오늘날 우리 모두가 쓰며 살았을 말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토박이말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도 우리 탓이라는 것 때문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39쪽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서 “이와 같이 셈을 쉽게 하는 방법을 ‘편한셈’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편한셈’의 보기들 가운데 하나가 ‘85+96’을 ‘85+100-4’와 같이 해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셈을 쉽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쉬운셈’이 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35쪽 열넷째 줄에 ‘저의 집에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하자면 ‘자기(自己) 집’이 되지 싶습니다. ‘자기(自己)’라는 말을 쓰지 않고 ‘저의’라는 말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줄에 나오는 ‘걸음’은 ‘보(步)’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고 마지막에 있는 ‘셈’은 ‘계산’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이라서 더 반가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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