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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마이스터(Meister)란 무엇인가?-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2-08-07 20: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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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스터(Meister)는 독일어이며 영어로는 마스터(Master)로 불린다. 사전적 의미로는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 즉 장인(匠人)을 뜻한다. 주변에 제빵 마이스터, 자동차 마이스터 등의 간판을 종종 접할 수 있고, 고등학교에도 바이오 마이스터고등학교, 식품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심지어 게임 마이스터고등학교까지도 있으며 전국에 45개의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는 전문대학에서도 마이스터 과정을 개설해 전문기술석사학위에 준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스터에 해당하는 장인이야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왜 굳이 독일의 장인을 소환해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을까? 혹시나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정리를 한 번 하고자 한다.

    천만 관객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젊은 세대들도 알게 된 광부와 간호사의 파독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그 시절 광부와 간호사들이 파견되면서 그분들을 담보로 제공받은 차관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종잣돈이 됐고, 양국 간의 교류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 도입이었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중세의 길드(Guild)로부터 시작된 수공업 마이스터와 19세기 산업화 이후에 제조업 중심으로 전문화된 산업 마이스터가 있다. 수공업 마이스터는 조적, 양조, 제빵, 미용 등과 같은 기계나 자동화의 영향을 덜 받는 전통적인 수공업 분야에서 도제제도에 의해 양성됐다. 도제는 7~8세의 어린 나이에 선발돼 마이스터의 집에 기거하며 직접 기술을 연마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다른 마이스터들로부터 심사를 받아 새로운 마이스터가 된다.

    산업 마이스터는 기초교육과정 9년을 거친 후에 다시 직업훈련원을 나와 일정 시험을 거쳐야 하고, 이 시험에 합격한 후에 다시 직장에서 3년 여의 현장 경험과 소정의 마이스터 교육과정을 이수한 다음에 자격시험에 합격해야만 마이스터가 된다. 산업 마이스터는 전문 분야의 수십 명의 근로자들을 이끔과 동시에 필요한 직업교육까지 수행하며 경영과 인사에 대한 책임을 진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어렵게 마이스터가 되고 나면 독일에서 받는 사회적인 인정과 대우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석사, 박사 정도가 돼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우받는 우리나라 정서와 달리, 한 분야의 마이스터로서 유사 분야의 박사, 대학교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민적 정서는 지금의 독일을 지탱하는 원천이다.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이 독일의 이런 마이스터 제도를 보고 부러워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이 바로 창원기능대학(Changwon In

    dustrial Masters College, 지금의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이다. 1977년에 독일의 차관과 내자 42억을 들여 산업 마이스터 양성을 위한 첫발을 야심 차게 내디디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렇게 독일의 직업교육 제도를 도입해 기능인이 우대받는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시행한 지 40년이 넘었다. 과연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박사와 동등하게 사회적 인정과 대우를 받는 기능인이 얼마나 될까? 지금도 기능장, 기술사, 명장이 되고도 다시 석사 박사를 취득하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능력 중심보다는 학벌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독일도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풍족하지 못한 나라이다. 그래서 기술만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마이스터 제도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수준의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마이스터 제도 정책과 육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중국과 여러 동남아 국가들에 우리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직업교육을 포함한 전체 교육정책을 혁신하기 위한 1차 교육혁명이 아닐까 싶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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