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소설의 효용과 가치- 최미래(소설가)

  • 기사입력 : 2022-08-04 20:30:16
  •   

  • 소설의 효용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단언컨대 좋은 소설은 자기개발서나 각종 이론서에서 발견할 수 없는 삶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준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위대한 소설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는다.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었다. 거기에는 고상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20년 동안 두 번의 혁명을 겪은 1920년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른 세살의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다. 훌륭한 작위와 호칭으로 자긍심을 가진 그에게 정치적인 이유로 인민위원회로부터 종신 연금형이 선고된다. 거처를 메트로폴호텔의 허름한 방으로 옮기게 한 후, 호텔 바깥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간다면 총살된다고 경고한다.

    이때 백작은 분노와 절망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고 호텔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여자 아이의 놀이 친구, 유명 여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간부의 개인 교사 등. 소중한 사람들과의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면서도 신사의 품격을 잃지 않는 백작의 태도에서 진정한 품격은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면의 정신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된다. 급기야 백작이 메트로폴호텔에서 탈출하게 되는 기적적인 장면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할 때 그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살다보면 불가항력적인 사건 사고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천재지변일 수도 있고 삶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때 당사자에게 남은 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을 때, 남은 삶에 대한 냉혹한 선택이 당사자에게 요구된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인지, 바닥의 진창을 바라보며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좋은 소설은 정신을 살찌우게 하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인생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좋은 친구, 스승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삶과 인간의 이해를 돕는다. 이 여름, 시원한 곳에서 좋은 소설 한 권, 아니 짧은 소설 한 편이라도 읽는 여유를 즐겼으면 좋겠다.

    최미래(소설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