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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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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장벽을 허물고- 이종화(창원특례시의원)

  • 기사입력 : 2022-07-25 20: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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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을 여행할 때 인상 깊었던 광경 중 하나는 높은 담장이 없는 주택가였다. 처음에는 남의 나라 치안이 괜스레 걱정되기도 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낯설음에 신기하다고만 여겼는데, 볼수록 이웃과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리는 그 마음의 여유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담장이나 울타리를 헐어 정원으로 꾸미는 주거지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밀림을 이루는 아파트 단지에 가보면 우뚝 선, 거대한 시멘트 건물들이 단절을 느끼게 한다. 구분된 벽과 함께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분류되는 것만 같다.

    이런 구분과 단절이 어찌 시멘트로 쌓아올린 아파트만이랴. 보이지 않는 무수한 담장과 벽이 사람들 사이에 무섭게 얽히고설켜 있다. 청년과 장년 간의 세대차이, 진보와 보수로 양립돼 있는 정치계, 도저히 허물 수 없는 빈부격차의 장벽, 노동자와 관리자 간의 끊임없는 갈등, 그리고 대도시와 지방을 가르는 태산준령 같은 구획선 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을까. 절대로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견고한 벽. 그것은 서로간의 관점의 차이나 확고한 신념이라고 인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벽들은 이기심에 따른 조급함과 부주의의 표현이겠으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민주사회에서 또 하나의 폭력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세계10대국이라고 칭할 만큼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내면은 여전히 배타적이고 미성숙하다.

    담장과 벽들로 인해 상처받은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가장 본질적인 민주주의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소중한 만큼 상대도 소중하다는 것, 단순하지만 확고한 진리이다.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비록 나와 다르더라도 상대방과 협력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성숙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단절의 장벽을 허물고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 ‘같이’의 가치. 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우리의 힘이다.

    이종화(창원특례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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