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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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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27)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

지역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열린 객석’

  • 기사입력 : 2022-07-19 21: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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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분들에게 소극장 ‘빨간객석’이 매주 공연이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산 오동동 마산만 인근 줄지어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서 ‘이곳에 소극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새빨간 배경에 ‘빨간객석’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보인다. 계단을 하나둘 내려가다 보니 소극장 입구가 나온다. 그곳에서 김한솔(34) 빨간객석 대표가 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소극장 빨간객석 내부는 무대를 비롯해 70여 객석을 채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지만 고정돼 있는 좌석은 20여개 남짓. 무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객석이 알맞게 채워진다. 그곳에는 정해진 무대 공간도, 정해진 객석도 없다. 객석이 무대가 되고, 무대가 객석이 되기도 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공연 관람 후 관객들이 배우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빨간객석/
    공연 관람 후 관객들이 배우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빨간객석/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빨간객석/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빨간객석/

    지난해 11월 개관한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이 두 세 달가량의 재정비 기간을 거쳐 지난 5월 다시 문을 활짝 열고 관객들을 맞았다. 가장 큰 변화는 객석이었다. 고민 끝에 김 대표는 연극을 비롯해 보다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기존 객석 구조물 중 일부만 남기고 과감히 뜯어냈다. 공연에 따라 객석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블랙박스형 무대를 도입한 것이다.

    김 대표는 “무대 공간을 가로로 쓰거나 세로로 쓰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 무대를 더 넓게 쓰고 싶으면 좌석을 좀 덜어낼 수도 있다. 이렇듯 예술가들이 각자의 콘텐츠에 맞게 객석과 무대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 간판./한유진 기자/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 간판./한유진 기자/



    무대미술 전공 후 서울서 연극 활동한 김한솔 대표
    2015년 귀향해 지역 정착 결심 후 석사 공부
    극단 불씨촌과 공연장 마련 뜻 맞아 개관 준비
    지난해 11월 개관 후 재정비 거쳐 5월 재개관


    뮤지컬 ‘미스쥴리’, 연극 ‘청혼’ 등 꾸준히 무대 올려
    작품선정·캐스팅·연출 전 과정 시민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 낭독극 ‘아름다운 사인’ 23일 공연
    인형극 ‘이상한 콘서트’ 등 8~9월에도 작품 예정


    “비싼 임대료·인건비 등에 예술 좌우되는 상황 싫증
    지역에서는 순수하게 작업 가능해 정착 결심
    항상 극장에 불 켜 놓고 공연 이어나가고 싶어
    ‘놀이터’라 생각하고 시민·관객 누구나 이용하길”


    마산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 시절 창동 소극장들을 찾아다니면서 연극을 보며 자랐다. 연극을 곁에 두다 보니 관심 가는 것도, 잘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무대’였다. 자연스레 김 대표는 대학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이를 살려 서울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2015년 경남으로 내려와 여러 극단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등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지역에서의 활동에 재미와 흥미를 느낀 김 대표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 등 어쩔 수 없이 돈에 의해서 작품과 프로덕션이 움직여지는 상황에 싫증이 났다고 할까요. 사실 자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해보고 싶은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돈 때문에 맞닥뜨려야 하는 복잡한 인간 관계가 예술이라는 장르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반면 지역에서는 보다 끈끈하면서도 순수하게 작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있더라구요. 그 지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김한솔 빨간객석 대표./빨간객석/
    김한솔 빨간객석 대표./빨간객석/

    지역에서 작업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관련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김 대표는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학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김종원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비롯해 극단 불씨촌과 공연장 마련에 대한 뜻이 맞아 함께 개관을 준비했다. 극단 불씨촌은 1977년 3월 가톨릭여성회관 내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젊은 노동자들로 구성된 연극 동호회 ‘불씨 극회’로 출발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마산지역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극단 활동이 주춤해졌고, 2009년 운영이 중단됐다. 그러다 10년 만인 2019년 극단이 부활하면서 극단 역시 활동 공간이 필요했다.

    “지역에서 이렇게 소극장을 운영한다는 건 결코 쉽지만은 않죠.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역 예술가들이 활동할 공간도 공공극장 외에는 크게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연습할 공간조차 마련하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구요. 창원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있잖아요. 우리 지역 예술가들이 저희 소극장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곳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빨간객석에서 공연한 뮤지컬 ‘미스쥴리’./빨간객석/
    빨간객석에서 공연한 뮤지컬 ‘미스쥴리’./빨간객석/

    극장을 연 만큼 앞으로 김 대표는 거미줄 쳐지게 놔두는 게 아니라 ‘항상 극장에 불을 켜놓고 끊임없이 공연을 이어나가고 싶다’라는 의지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5월 재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빨간객석은 뮤지컬 ‘미스쥴리’, 연극 ‘청혼’ 등 지속적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오동동 일원을 예술로 채워나가고 있다.

    “이름은 빨간객석이지만 마음적으로 느끼는 공간은 ‘놀이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예술인뿐만 아니라 시민, 관객 분들 모두 잠깐 놀다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요. 예술활동을 하시는 누구든지 연습실로든 아니면 공연장으로든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극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김 대표의 소극장 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인 시민연극 프로젝트 낭독극 ‘아름다운 사인’이 오는 23일 빨간객석 무대에 오른다.

    시민연극 프로젝트는 세 달간 창원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매주 수요일 모임을 가지고 공연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극단 불씨촌의 전문 연극인들이 시민들을 서포트하고 작품선정, 캐스팅, 연출 등 전 과정을 시민들이 직접 작업했다.

    “저희 공간에서는 공연 장르 체험 및 제작, 발표작업이 가능하고 극장 공간 또한 전문인들의 전용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체험, 제작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빨간객석의 도전이자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또 오는 8월과 9월에는 소극장 빨간객석과 인형극단 플레이원이 공동제작한 인형극 ‘이상한 콘서트’, 이후에는 연극 ‘보이체크’와 앵콜공연 ‘다녀왔습니다’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다채로운 예술의 향기를 보다 가까이서 만끽하고 싶다면, 마산 소극장 빨간객석에 가보자.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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