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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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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래도 교육 현장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 기사입력 : 2022-07-17 20: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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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증 발달 장애와 선천성 불구의 몸을 가진 자녀의 어머니들은 ‘자식보다 며칠만이라도 더 오래 살아야 한다’라고 하신다. 전쟁터에서도 아이들이 있기에 가정이 산산조각이 난 부모들이 삶을 포기하지 못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회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희생으로 수많은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우리 지역 고교들을 강타한 ‘미투사건’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마주보기조차 민망하게 악화시켰다. 선의의 꾸지람과 회초리가 폭력 교사의 조건이 되는 순간, 많은 교사가 교직을 떠났다. 2019년도 명예퇴직자의 수가 전년도보다 전국적으로 30% 이상 늘었다. 학생생활지도 붕괴와 교권 추락이 그 원인의 하나라는데 90%가 동의했다. 교사는 학생들의 얼굴 아래쪽은 보지도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학생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60세가 다 된 최 교사는 과학담당이라서 3학년 담임을 계속해 왔다. 주변에서 교권 추락이니, 말세니 하는 말들이 비명처럼 들렸지만, 묵묵히 학급 아이들 한 명씩 맞춤으로 대입 전략을 짰다. 그리고는 확인과 격려를 지속했다. 최 교사는 매일같이 자율학습 종료 때까지 남아서 말없이 아이들을 응원했다. 여러 학교 학생들을 모아 토요일에 수업하는 공동교육과정을 해마다 개설했다. 그에게는 토요일도, 공휴일도 없었지만, 특별히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2020년 2월 ‘미투의 주역’들이 졸업하는 날은 교사와 학생이 역대 가장 서먹했다. 졸업생들 대부분이 교문을 나간 바로 그 순간, 교문 출입구에 20~30명의 학생이 삥 둘러섰다. 그리고는 멀리서 물끄러미 그들을 보고 있던 최 선생님에게 졸업생 2명이 뛰어왔다. 최 선생님의 손을 끌어서 그 원의 가운데에 세웠다. 아이들은 일제히 돌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고개를 드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중증 장애인의 어머니처럼, 전쟁터의 부모님처럼, 코로나19 현장의 의료인처럼 교사도 그 현장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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