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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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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로 탄소중립 완성을] (1) 수열에너지 개념과 국내 현황

물에서 얻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국내엔 아직 0.1%뿐

  • 기사입력 : 2022-06-28 08: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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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반이 넘도록 전세계인들의 목숨과 자유를 앗아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올해 경남에서만 축구장 2300개(1646.56㏊) 규모를 태운 잦은 산불, 멕시코의 고추 농가의 가뭄 피해로 인한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매운 소스 ‘스리라차’의 생산 중단 위기. 각기 달라 보이는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덥고 습한 지구가 여러 바이러스를 더 쉽게 퍼트리고, 온난화에 따른 잦은 산불과 장마·태풍, 가뭄 등 이상 기후들이 지금보다 빈번해질 것이라 경고한다. 이 때문에 전세계가 경각심을 갖고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개념)’을 서두르며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흔히 알고 있던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에너지와 달리 물의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수열에너지’로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수열에너지 보급을 위한 시범 사업에 나선 이때, 수열에너지의 원리와 국내외 활용 사례를 알아보고 향후 도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하천수 수열에너지 공급 개요도.
    하천수 수열에너지(냉난방) 공급 개요도.

    ◇수열에너지란?

    더운 여름날, 우리가 바다나 계곡에 뛰어드는 이유는? 당연히 물 속이 더 시원해서다. 한여름에도 호수나 바닷물은 차가움을 잘 유지하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바로 이 원리를 냉난방 시스템에 적용한 것이다. 물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능력(비열)이 공기의 약 4배 정도 되기에 여름철에는 대기보다 수온이 낮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이 특성을 살려 물이 갖고 있는 열을 열교환기를 통해 받아 ‘히트펌프’로 물의 냉기를 건물로 전달해 냉방하고, 난방은 이와 반대로 대기보다 온도가 높은 물의 열을 건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수, 하천수, 호소수, 댐수, 하수 등 수열원의 종류와 열 저장·교환 방식에 따라 분류가 나뉜다.

    ◇수열에너지 장점

    수열에너지는 물을 열원으로 해서 생산되는 친환경 에너지로, 태양열·풍력·해양에너지원 등 자연적 과정을 통해 무한하게 지속적으로 보충해 얻을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고 있으며,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날씨의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4의 열 생산을 위해 보일러는 4.2의 에너지가 필요하나 수열은 3을 물에서 가져오고 1의 전기에너지만 쓰면 되기에 수열에너지는 보통 기존 냉난방기에 비해 30~50% 내외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으며 화석 연료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이산화탄소를 약 37% 감축하고,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볼 수 있다.

    1만6500RT(냉동톤: 0℃물 1t을 24시간 내 0℃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열량. 1RT는 28㎡, 약 8평 방에 1시간 동안 에어컨을 틀 수 있는 에너지양) 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강원도 수열 클러스터의 경우 약 4.14t의 초미세먼지를 저감해 노후 경유차를 매년 3748대 폐차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열을 대기로 방출하는 냉각탑이 필요 없어 냉각탑이 내뿜는 열기로 생기는 도시 열섬 현상을 예방하고, 건물 하중을 감소시키며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동시에 냉각탑이 발생시키는 건물 내외 소음·진동을 줄이고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도 있다. 더불어 수열에너지 활용은 설계나 장치, 건설공사, 운영보수 등 다양한 가치사슬로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보다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수자원공사 밀양정수장 수열에너지 냉난방 설비./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밀양정수장 수열에너지 냉난방 설비./수자원공사/

    ◇국내 수열에너지 현황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수열에너지가 냉난방에 활발히 사용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수열에너지 활용이 더딘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수열에너지 생산량은 2018년 기준 1만4725toe로서 전체 에너지 생산량 1783만8000toe의 0.1% 불과하다. 그동안은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았다가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들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수열에너지가 에너지원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신재생에너지법의 개정 때 해수(海水)만이 수열에너지로 분류돼다 2019년 10월 하천수가 포함되면서 수열에너지 범주가 늘어나게 됐고, 지난 2018년 물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지난 2020년 6월, 정부는 그린뉴딜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오는 2040년 표준석탄발전소 2기를 대체할 수준(1000MW)의 에너지 생산 목표를 골자로 하는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4월에는 수열에너지 본격 도입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엔씨소프트, 창원 신방초등학교 등 전국 9곳의 건축물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 2023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최근 열린 2022년 신재생에너지원별 보정계수 공청회에서 수열에너지 수열원인 해수의 경우 16%가량 증가해 1.3, 하천수 보정계수는 이번에 신설돼 1.3으로 산정됐다. 보정계수가 커질수록 보정계수가 낮은 신재생에너지보다 적은 용량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량을 채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늘어나는 열에너지 수요에 대해 효과적으로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수열에너지 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롯데물산/
    서울 롯데월드타워./롯데물산/

    ◇국내 수열에너지 활용 사례

    지난 2015년 123층 높이(555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한강물을 이용한 수열에너지로 전체 냉난방의 10%가량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전국 정수장 등 소규모 사업장 13곳(총 673RT), 한강물환경연구소(60RT), 한강홍수통제소(100RT) 등에서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을 하는 곳이 있는 수준에 그쳤다가 올해에는 수열에너지 활용이 실제 적용되는 곳들이 시작했다.

    2021년 12월 준공, 올해 3월 입주가 완료돼 시민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빌리지 56세대에 평강천의 하천수를 이용해 수열에너지 냉난방(150RT)을 공급하고 있다. 수열에너지 적용을 위해 국내 최초로 기존 광역관로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하천수 취수구를 설치하도록 설계한 사례다. 스마트빌리지는 ‘제로에너지 시범주택’으로 전기는 태양광·ESS로, 열은 지열·수열로 활용하는 친환경단지이며 향후 5년간 시범운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에 따라 향후 수열에너지 설비를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빌리지./에코델타 스마트빌리지/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빌리지./에코델타 스마트빌리지/

    ◇경남 수열에너지 현황

    경남은 낙동강과 남해 바다를 끼고 있어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이지만 전국적으로 수열에너지 발전이 더딘 만큼 도내에도 활용 사례가 거의 없다. 경남도 신재생에너지 종합계획에도 수열에너지 관련 내용은 담긴 바 없다. 경남도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의 수열에너지 가중치가 사라졌기에 수열에너지를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으며, 다만 정부 에너지정책의 변동 가능성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가동되고 있는 설비는 한국수자원공사 밀양정수장 내 관리동 정도에 불과하다. 2억79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10년 12월 준공해 쓰고 있는 이 수열에너지 냉난방 설비는 사용전력량을 기존 일반 냉난방 설비의 절반으로 줄이며 에너지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밀양권지사 엄규섭 차장은 “최근 30℃가 웃도는 날씨에도 댐의 경우 수심에 따라 10~20m 아래의 물은 5℃ 내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 댐수(밀양댐 광역 원수)를 활용해 사무실 공간 12개소(1329㎡)의 냉난방(80RT)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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