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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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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위기의 지방대학 - 지방대학이 지역경제다- 송신근(창원대 회계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6-26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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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지방에 있는 두 대학의 통합이 아주 깊이 있는 수준까지 논의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위치를 두고 한 대학의 지역사회가 반대해 무산됐다. 그 이유는 대학 재정지출 등과 같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대학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대학본부의 위치가 지역경제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되는 대학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학의 폐교로 인한 ‘교직원 대량 실직 불가피’, ‘주변 원룸 상가 공실 증가’, ‘지역경제 타격’, ‘지역 균형발전 저해’ 등의 기사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본다.

    지방 소재 대학의 폐교는 인근 원룸 촌이나 상가 등 인접지역의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 지역경제의 위기와 지방 소멸로 이어지게 돼 지방대학과 지역경제는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방대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명시적 영향과 잠재적 영향으로 살펴볼 수 있다. 명시적 영향은 거주 교직원에 의한 소득 및 소비 창출, 지역 학생의 외지 진학 감소에 따른 역외 지출 감소, 대학 운영비의 역내 지출, 재학생의 역내 소비지출 등을 통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이다.

    최근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지방대학은 재정집행과 대학(원)생 소비 지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중소도시의 경우 총인구 대비 재적학생 비율이 13% 이상이나 돼 지역에서 대학의 소득창출효과가 지역총소득의 15%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영향은 지역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지역경제에 주요 산업인력을 공급해주고 있고,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신기술과 산업콘텐츠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특히 무엇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방에 젊음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지속적인 활기와 성장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지방대학의 지대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지방대학의 경제적 기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지방대학의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2021년 감사원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50년 뒤에 기초자치단체의 약 90% 이상이 소멸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방대학이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공생방안을 찾는 것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 특히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성공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노력으로 지역경제를 되살린 외국 성공사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나라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사례는 과거 쇠락하는 도시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지식기반의 첨단산업으로 새롭게 활기를 되찾는 도시인 브레인 벨트(brain belt)로 탈바꿈한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등의 도시에서 성공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들 도시가 새롭게 부흥할 수 있었던 데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정부와 시정부의 역할뿐 아니라, 미시간대, 카네기멜론대, 피츠버그대 등 주요 대학의 중추적인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동노력으로 지역경제를 새롭게 부흥시킨 성공사례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대학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에서는 젊은 세대가 모여들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성공적 도시부흥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대학은 직접적인 소비지출을 통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선도적 신기술과 산업 콘텐츠를 창출하는 지역 싱크탱크로서의 역할과 젊은 활력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성공적으로 부흥시키는 핵심역량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대학의 성쇠가 지역경제의 성쇠로 이어지게 되므로 지방대학이 곧 지역경제가 되는 것이다.

    송신근(창원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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