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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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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대 잠든 이곳에서- 박현숙(경남동부보훈지청장)

  • 기사입력 : 2022-06-20 2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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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도에는 6·25전쟁 전사자 합동묘역 5곳이 있다. 거제 시민과 시에서 관리하다 작년에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정 후 처음 맞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다.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기억되는 한 살아계신” 146위가 잠들어 계신 둔덕 언덕이다. 마을과 들판 그리고 푸른 앞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묘역이 있다. 걱정이 앞선다. 예술의 전당을 옮겨 놓으리라 하는 나의 패기는 어디 갔을까? 들판에 핀 양귀비꽃은 코스모스 씨앗을 뿌린다고 밭갈이로 휑하다. 유족의 연령도 70대, 마을 주민도 클래식은 낯설 것이고, 거기에다 평소에 잘해야지? 음악회는 뭐한다고? 핀잔을 주시는 어르신도 계신다. 어쩌지….

    ‘청산에 살리라’, ‘새야 새야’, ‘향수’ 등이 현충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 소프라노, 바리톤, 테너의 앙상블로 펼쳐진다. 연주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무대가 주는 특별함이 있어서일까. 흥겨운 연주에는 박수도 친다. 슬그머니 휴대폰 카메라를 켜시기도 한다. 반응이 좋다.

    사회자가 불쑥 토크를 건넨다. “혹시 여기에 안장돼 계신 유족이 계시면 6월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된 아드님이 일어서신다. “아버지의 묘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느 산천에서 싸우고 계신지 안 오십니다. 오늘 이 노래를 듣고 유해라도 집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예기치 않은 뜻밖의 말씀에 먹먹함으로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연주는 이어진다.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천개의 바람이 돼 할아버지가 된 아들을 안아 준다. “아침엔 종달새 돼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연주자도, 관객도 하나가 된다. 마지막 곡 ‘내나라 내겨례’가 연주된다. 함께 부른다.“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할머니가 되신 따님이 날 안아 주신다. 핀잔주시던 어르신도 미소를 보내주신다. 유족회 지부장님은 매년 정기적으로 해달라 하신다. 이제야 “그대 잠든 이곳에서 Begin Again” 마음에 들어온다. 아! 다행이다.

    박현숙(경남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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