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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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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단죄-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6-12 20: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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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하도록 만들겠다’, ‘연고주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며 측근들의 부정부패 비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는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DJ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의 아들들이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돼 ‘홍 3 게이트’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형 비리 그 자체였다.

    ▼리더의 삶 중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측근을 내치는 일이다. 자신을 도와 대업을 이루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을 정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로 리더의 결단에 흠집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조직이, 나라가 흔들리면서 결국에는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리더는 늘 따스하면서도 차디찬 칼을 가슴에 품고 잘못한 측근을 과감히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

    ▼개혁군주인 정조는 1779년(정조3년) 33세의 홍국영에게 지팡이와 나무 의자를 선물로 주며 더 이상 조정에서 정치적 행위를 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쉬라고 했다. 홍국영이 정조에게 어떤 존재인가? 정조가 가장 신뢰하는 한 사람이며, 자신을 국왕의 지위로 이끌어준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오만무도함이 극에 달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정조가 내린 결단이었다.

    ▼고사성어에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 했다. ‘큰 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의미로 사소한 결함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소홀히 하면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조가 측근의 잘못을 과감하게 내치듯이 지금의 리더들도 측근의 잘못을 과단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 자신이 아끼는 측근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거나 덮어주려고 했다가는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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