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경남시론] 안 되면 되는 거 하자-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2-06-12 20:50:11
  •   

  •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필자를 포함한 기성세대에게는 살짝 낯설다. 돌이켜 보니 몇십 년을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최면에 걸려 당연한 듯 힘들게 노력하며 살아온 것 같다. ‘안 되면 되는 거 하자’라는 말을 처음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깨달음을 얻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취업 지도의 목적으로 면접을 대비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생이 본인의 좌우명이라며 ‘안 되면 되는 거 하자’를 화면 가득히 보이며 설명했다. 노력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눈높이로 목표를 정하고 부담감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얼마 전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가 인터뷰했던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늘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주목할 뿐”. 그리고 또 다른 방송에서 그 인터뷰와 관련된 내용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렵고 힘들게 억압받고 살았던 한이 모든 성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 국민에게는 어렵고 힘들던 시절을 견뎌내고 살아남기 위해서 안 되는 것조차 되게 해야만 하는 절실함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는 고 정주영 회장의 “해 봤어”로 회자되며, 바닷가 사진 한 장과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으로 조선 강국을 이루는 기적을 만들었고, 많은 군부대, 회사, 단체의 구호로 사용되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완성해 내는 국가 원동력이 되었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다. 다만, 시간과 돈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 어렵고 힘이 들 뿐이다.

    그러나,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것에는 양날의 검과 같은 측면이 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부정적인 면에서는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면 반드시 희생의 대가가 따라야 하고, 때로는 그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하여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한, ‘안 되면 되게 하라’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우리 기성세대들은 모든 것에 그것을 적용하려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우리가 이전에 이루려고 노력했던 안 되는 것들은 개인의 생존과 국가의 발전에 직결된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까지 이것을 적용하려 하고 다음 세대들에게까지 강요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취미라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는 것인데, 남들과 비교하며 내가 안 되는 것을 굳이 해내려고 한다. 필자도 사실 그런 면 때문에 가끔 스트레스도 받다 보니 괜스레 머쓱해진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학생들에게도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 되면 되게 하라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던 것 같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전에는 노력하는 과정의 힘듦보다 성취감이 우선되었다면, 이제는 성취감보다는 현재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가치관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안 되면 되게 하라’가 이만큼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했으니, 이제 그만 보내 주고 다음 세대까지 물려주지는 말자. 그네들에게는 ‘안 되면 되는 거 하자’가 있지 않은가. 나도 꼰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조금은 흉내라도 내어야겠다. 먼저,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이 다르니 획일적으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안 되는 학생은 되는 것을 시켜서 나도 학생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수업해야겠다. 그리고 몇 년을 해도 안 되는 두 자릿수 타수는 포기하련다. 그냥 내가 편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백돌이’로 살아가야지.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